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은 이제 우리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었다.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변신했듯, 오래 견디고 노력하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과거 부천은 고도성장 시기, 수도 서울의 배후 도시로서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험했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 2,000여 개의 공장이 들어서며 사람들은 공장을 따라 부천으로 모여들었다.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부천의 인구 증가율은 수도권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이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는 땅이었다.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이러한 부천 원미동의 모습을 전국에 알리며 우리 모두의 고향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러한 부천의 역사 속에서, 약 33년 전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곳이 이제는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새롭게 태어났다. 1992년 삼정동에 설치된 이 소각장은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했지만, 1997년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노력 끝에 2010년 소각장 기능이 이전되면서 이곳은 폐건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2014년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18년,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공간이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했다.
이곳은 과거 소각로였던 공간을 하늘과 햇살을 가득 끌어들여 ‘에어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쓰레기 저장고였던 ‘벙커’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쓰레기 반입실은 현재 멀티미디어홀(MMH)로 이용되고 있다. 소각동의 거대한 설비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당시의 역사를 증명하며, 기존의 중앙청소실을 리모델링한 아카이빙실에서는 다이옥신 파동부터 주민들의 노력으로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생생한 역사를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건물 외부의 굴뚝 모양 나무 벽화는 동네 어린이들의 작품으로, 소각장이 숲으로 변모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부천 원미동, 현재의 ‘조마루사거리’는 과거 ‘멀뫼’ 또는 ‘조종리’, ‘조마루’라 불렸던 곳이다. 이곳에는 ‘청기와뼈다귀해장국’과 ‘조마루뼈다귀해장국’의 본점이 마주 보고 있다. 감자탕은 미군 부대에서 나온 돼지 뼈다귀를 활용하여 개발된 음식으로, 그 정확한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감자가 들어 있으면 감자탕, 없으면 뼈다귀해장국이라 불리며 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수입산 돼지고기의 발달로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가 더욱 풍성해져, 시대에 역행하는 가격으로 푸짐함을 선사한다.
1988년 부천 원미동에서 창업한 한 파란 지붕 가게에서는 깍두기, 양파, 청양고추와 함께 시원하고 달큼한 깍두기가 텁텁한 등뼈 살점과 매콤한 뼈다귀해장국 국물을 조화롭게 만들어준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여 나오는 뼈다귀해장국은 화끈하면서도 자극적인 깊은 맛을 선사하며, 두툼한 뼈다귀와 푹 익힌 우거지, 밥 한 공기가 든든한 한 끼를 완성한다. 이 집의 국물은 다른 해장국과 달리 맑고 깨끗하며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K-푸드의 매력으로 감자탕을 즐기며, 이러한 음식들이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지혜의 음식임을 알게 될 것이다.
◆ 부천아트벙커B39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53 (삼정동)
이용시간 | 10:00~17:00 휴일 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주차 가능 (요금 무료)
문의 및 안내 | 032-321-3901
공식 누리집 | http://artbunkerb39.org/ko/main/main.html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rtbunkerb39/
※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휴관일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누리집 확인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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