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초지능 시대, 한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

AI 분야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금은 AI 반도체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음 단계인 AI 모델 개발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한국은 전략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경쟁을 넘어, 미래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1백만 장 이상의 GPU를 갖춘 초거대 컴퓨팅 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으며, AI 모델의 발전 속도는 몇 달 안에 선두 주자가 바뀔 정도로 치열하다.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현재의 대규모 사전 학습과 강화 학습 방식이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딥마인드의 제프리 힌턴 교수, 뉴욕대학의 얀 르쿤 교수, 몬트리올 대학의 요수아 벤지오 교수 등 AI 분야의 선구자들도 기존 접근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모델과 알고리즘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알파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실버 역시 인간 데이터 학습 시대를 넘어 AI가 직접 세상을 경험하며 학습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AI의 핵심 기반 기술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등장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구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으며, 언제든 또 다른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와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2027년 또는 2030년경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일반지능(AGI) 또는 초인공지능(ASI)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총리는 AGI가 가져올 변화를 언급하며 영국이 이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은 AI 분야에서의 승리를 선언하고 국가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국제 협력을 촉구하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자국 중심의 AI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필수불가결성을 확보함으로써 유연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현재의 AI 반도체 기술 경쟁을 넘어, 차세대 AI 모델 개발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또 다른 강력한 카드를 얻게 될 것이다. 초지능 구현의 시점과 방식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많은 국가와 기업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며 경쟁하고 있다. 메타는 초지능 연구소(MSL)를 설립하고 최고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오픈AI의 일리야 수츠케버는 20억 달러의 자금으로 안전 초지능 회사(SSI)를 설립했다.

만약 향후 5년간 AI 국가 전략 실행을 위해 100조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면, 그중 1%라도 미래 AI 연구를 위해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국가 AI 인재는 실제 개발 및 기술 숙련 과정에서도 양성되지만, 미래 지향적인 연구 과정을 통해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가 발굴되고 육성될 수 있다.

한국의 초지능 연구소에는 어떤 인재들이 필요할까? 앤스로픽은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철학자, 수학자, 언어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이는 지능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AI 전공자들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AI 연구자를 중심으로 언어학자, 뇌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등이 협력하는 통합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일지라도 미래 가능성이 있는 여러 국가의 연구팀을 한국의 초지능 연구소로 초빙하여 자유롭게 연구하게 하고, 그 결과를 인류 모두의 공공재로 제공하는 꿈을 꿀 수 있다.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대학 및 연구소에 있는 뛰어난 AI 연구자들을 초빙하여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AI 파운드리(데이터 센터)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디지털 지능에 접근하도록 지원하는 국가 초지능 연구소를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분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이후 카이스트와 세종대학교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 챌린지 기획, AI 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