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28년 전 시작된 한류, 이제는 뮤지컬까지! ‘사랑이 뭐길래’가 연 ‘한류 30년’의 주인공

이제 ‘한류 30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한류 성공 신화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28년 전,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시작된 한류의 여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당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시청률 4.2%와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은 오늘날 K-콘텐츠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거대한 한류의 시작점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1997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방영된 6월 15일이다. 당시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64.9%, 평균 시청률 59.6%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한국에서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질투>가 중국에서 ‘녹색연정’으로 개봉된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의 아젠다가 등장한 1994년, SM 기획사 출범과 CJ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등이 있었던 1995년, 그리고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1999년 등 다양한 설이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랑이 뭐길래>를 한류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비록 이 설에 따르면 한류의 역사가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용어가 나오기 이전의 한류’, ‘현상으로서의 한류’를 포함하면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류는 한국인의 인정 욕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마크 피터슨 교수는 한국의 창조적 천재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한국인의 열망을 K-컬처에서 보았다고 지적했다.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중국이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한국 문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안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문화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일종의 대체재로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16년 사드(THAAD) 사태로 인한 ‘한한령’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한류의 세계화가 문화 콘텐츠 창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임을 보여준다.

결국 중국에서 시작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K-콘텐츠는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K팝 역시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금자탑을 쌓고 있다.

이러한 한류의 성공은 이제 뮤지컬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까지 6관왕을 휩쓰는 쾌거를 이루었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일컫는 EGOT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을 떠올리면, 한국 기반의 작품이 이러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상을 휩쓰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가 열었던 한류의 문은 이제 공연 예술 콘텐츠까지 아우르며 그 빛나는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