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한류 혜택, 나도 누릴 수 있다” – 시로 풀어보는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

한류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를 거듭하며 진화해 온 한류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과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이 놀라운 문화 현상의 시작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네 편의 시를 통해 한류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의미와 가치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름이 불려 실체가 된 ‘한류’: 김춘수의 ‘꽃’**

한류의 시작은 마치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누군가 그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는 단순한 ‘몸짓’이나 ‘현상’에 불과했다.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 드라마와 K팝을 부르기 시작하면서 한류는 비로소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 실재하게 되었다. 이는 마치 이름을 불린 꽃이 실체가 되듯, 인식을 통해 존재감을 얻은 것이다. 한류는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해외로 퍼져나간 것이 아니라, 세계가 그 이름을 부르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탄생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불리는 이름’은 관계의 시작이며, 한류는 이렇게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우리 곁에 들어왔다.

**고통과 기다림 끝에 피어난 ‘한류’: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한류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처럼, 한류는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수많은 아픔과 기다림, 그리고 인고의 시간 끝에 피어난 결과물이다. 일제 강점기, 분단의 아픔, 빈곤 극복을 위한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를 향한 함성 등 한국 사회의 굴곡진 역사 속 울음과 노력들이 응결되어 문화적 승화로서의 한류를 탄생시켰다. 이는 마치 봄부터 울어온 소쩍새와 먹구름 속 천둥이 국화꽃을 피우는 과정과 같다. 한류는 단절된 흐름이 아닌, 한국 사회의 모든 시련과 성공, 회복의 역사가 맺은 ‘기억의 꽃’이며, 존재의 증언이자 시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국화, 즉 한류가 과연 누구를 위해 피어났는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인지, 세계를 향한 몸짓인지, 혹은 그 둘 모두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한류’: 김용락의 ‘BTS에게’**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는 K-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BTS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언어를 초월하여 감정을 번역하고 시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인’과 같다. 그들의 노래와 메시지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며, 춤과 몸짓으로 써 내려가는 시다. K-팝, K-드라마, K-콘텐츠가 세계를 울리는 힘은 바로 ‘진정성’에 있다.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다.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콘텐츠, 즉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기에 전 세계인의 감수성과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시가 개인의 고백을 넘어 집단의 거울이 되는 것처럼, K-콘텐츠가 세계를 감동시키는 핵심 비결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한류’의 여정: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시인이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고 노래했듯, 한류의 여정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류는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자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한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담아내야 한다. 외연을 넓히면서도 내면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한류는 오늘도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수용되고 있다. 이 쓰임이 ‘소모’가 아닌 ‘의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선사해야 할 그 여정은 바로 지금, 우리의 손끝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