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이제 우리 동네가 세대를 잇는 공간으로 바뀝니다

이제 아이들 웃음소리와 어르신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연령통합사회’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세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도시와 동네를 새롭게 설계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핵심은 어린이, 청년, 중장년, 어르신 등 모든 연령대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연령통합사회는 단순히 복지 정책의 한 부분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환경 전체의 설계와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청년 주택과 고령자 주거 시설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단지 안에서 서로의 삶의 리듬을 공유하는 구조로 설계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같은 공간에 모이는 것을 넘어,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구조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디자인이 함께 작동해야 진정한 연령통합이 이루어진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OECD는 ‘모든 세대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 Ages)’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도시 공간에서 세대 간 만남과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안전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고, 세대를 잇는 공동체 공간을 마련하며, 모든 연령대가 공공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카페, 유치원, 시니어케어 시설 등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배치된 주거단지 설계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테네시 주 녹스 카운티의 세대혼합형 놀이터 조성 또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출생은 줄고 고령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거대한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숫자상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관계마저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기존의 정책들이 아이 돌봄, 청년 주거, 노인 복지처럼 각 세대를 따로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보니, 같은 동네에 살아도 세대 간에 서로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함께 어울릴 공간도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도 저출생 대응은 보육, 양육비, 주거 지원 중심으로, 고령사회 대응은 돌봄과 의료체계 강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분명 필요하지만, 여전히 세대별 지원을 나누어 바라보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세대를 따로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나이에 따라 정책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고 연결하는 정책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간과 정책, 서비스 설계 전반에 ‘연령통합’의 원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복지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 세대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연결하는 도시와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또 모두가 아이였고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도시와 정책이 잊지 않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쪽에서는 출산율 감소 통계가 발표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령 인구가 어린이를 앞질렀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나이와 세대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전환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세대는 나눌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식이다. 이제는 세대를 잇는 도시, 나이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연령통합사회를 그려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