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WGBI 편입으로 한국 금융시장 안정 기대… 외국 자금 유입 늘어난다

한국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최종 편입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편입은 외국인의 한국 국고채시장 접근성을 크게 높여 안정적인 외국 자금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WGBI는 영국의 FTSE 러셀이 발표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전 세계 약 2조 5000억~3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를 추종하고 있다. 한국 국고채는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지 약 2년 만에 편입이 확정되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정량적 기준에서 한국 국고채는 이미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A-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왔다. 특히 2022년 말 기준 국채 발행 잔액은 1000조 원을 돌파했으며, 국가신용등급 역시 2002년 이후 A- 이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 즉 정성적 기준에서의 부족함이 그동안 편입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2023년 1월에는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시행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투자자등록제(IRC)를 폐지했다. 2024년에는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 및 클리어스트림과의 국채종합계좌를 개설했으며,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은행 간 시장 참여 허용, 비거주자의 제3자 원화 거래 허용, 국내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개방 조치를 단행했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 덕분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국고채 시장에 더욱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FTSE Russell은 2024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의 WGBI 내 편입 비중을 2.22%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3년간 약 75조 원에서 90조 원에 이르는 신규 외국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외국 자금 유입은 한국의 재정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시키고, 외환시장 수급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WGBI 편입은 국채금리를 평균적으로 0.2%~0.6% 낮출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시장 전반의 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WGBI 편입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지수 구성 비중에 따라 수동적으로 운용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수동적 자금은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성이 높아, 과거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급격한 외국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WGBI 편입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장기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 외국인의 원화 채권 평균 잔존만기는 약 6.4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은 벤치마크 듀레이션에 맞춰 장기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원화 채권 평균 잔존만기가 한국 국고채 평균 만기 수준인 약 12.6년에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장기화되어 단기 외채 비중을 감소시키고, 과거와 같은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WGBI 편입이 한국 채권시장이 직면한 모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고령 인구에 대한 의무지출 확대 등으로 인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성과를 발판 삼아,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