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거둔 성과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평가가 나왔다. 전환기적 시대에 한국이 겪어보지 못한 외교·안보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지속적인 혁신, 민관협력의 제도화, 그리고 국민적 지지기반 확대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무난히 데뷔하며 다자 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기반을 다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용 외교, 원칙과 유연함으로 다가서다
이재명 정부는 특히 한미 관계에서 지속 가능한 동맹 발전을 위해 원칙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관세를 무기로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미국이 한국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제조업 기반이 약한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공장을 짓고 운영하기 위한 비자 문제 해결 등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일 관계에서도 실용 외교의 유연성이 돋보인다. 급변하는 무역 질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소지역 협력이라는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에 발맞추고 있다. 역사 문제 등 공통의 이해만큼이나 차이가 큰 부분도 존재하지만, 일본 총리 교체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서도 일본이 달라진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다가오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지속 가능한 한미 관계의 기반을 다지고, 한중 관계 발전의 기회로 삼으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또한, 베트남, 칠레 등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며,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대북 정책,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을 유지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남방 삼각과 북중러 북방 삼각의 진영 대립은 한국 외교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의 국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현 상황에서, 냉전 시대와 같은 이념 중심의 진영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북방 삼각 관계 역시 이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어 신냉전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중 관계의 회복이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 문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핵 협상 재개 과정에서 한중 관계를 통해 미중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며, 한중 경제 관계 역시 경쟁과 협력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면 한러 관계 회복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북한이 현재 북방에서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어 남북 관계를 포함한 남방 정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같이 접경 지역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선제 조치를 취했으며, ‘9·19 군사합의’ 복원에서도 단계적으로 실행 가능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방벽을 건설하고 대남 비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북방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방의 수요를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며, 긴장으로 인해 쌓인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주 APEC이 한반도 평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려면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적 지지로 위기 극복에 나서다
현재 진행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단순히 국면의 전환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오스트리아가 강대국을 설득하여 통일을 이루고, 네덜란드가 노사정 대타협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사례의 핵심은 바로 ‘국내적 통합’이었다. 내부의 분열은 외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특히 강대국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중간 지대인 한반도는 내부 분열이 언제든 국제화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에,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 통합이 필수적이다.
민관이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면한 국면의 복잡성을 국민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또한 위기 의식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국회에서만이라도 외교·안보 분야만큼은 협치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당적 협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하는 자세는 언제나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100일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험난한 산을 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끊임없는 혁신, 민관협력의 제도화, 그리고 국민적 지지기반을 더욱 넓히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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