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혜택! ‘연령통합사회’가 열어가는 새로운 기회”

아이 울음소리는 줄고, 어르신들의 숫자는 늘어나는 지금,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 세대 간의 관계까지 멀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이 돌봄, 청년 주거, 노인 복지처럼 각 세대를 따로 지원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함께 살아가는 ‘연령통합사회’를 만들어갈 때입니다.

연령통합사회는 어린이, 청년, 중장년, 어르신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시와 동네를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공원 옆 벤치에서 어르신이 책을 읽고, 청년들이 지역의 마을카페에서 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OECD는 ‘모든 세대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 Ages)’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도시 공간에서 세대 간 만남과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보행환경, 세대를 잇는 공동체 공간, 공공서비스 접근성 강화와 같은 변화는 이러한 연령통합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연령통합사회는 단순히 세대가 함께 사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동네 공간, 나이와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교통과 서비스, 그리고 세대 간 어울림을 유도하는 커뮤니티 설계가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청년 주택과 고령자 주거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은 단지 안에서 삶의 리듬을 나누는 구조로 설계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연령통합을 위해서는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구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디자인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 선거 공약들을 살펴보면, 저출생 대응은 보육, 양육비, 주거 지원 중심으로, 고령사회 대응은 돌봄과 의료체계 강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분명 필요하지만, 여전히 세대별 지원을 나눠서 바라보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세대를 따로 보는 방식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입니다. 연령에 따라 정책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고 연결하는 정책의 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간과 정책, 서비스의 설계 전반에 ‘연령통합’의 원리를 반영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단지 복지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 세대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연결하는 도시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모두가 아이였으며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도시와 정책이 잊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드는 출산율과 늘어나는 고령 인구라는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나이와 세대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전환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세대는 나눌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식입니다. 이제는 세대를 잇는 도시, 나이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연령통합사회를 상상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