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한류 혜택, 나도 누릴 수 있다: 시로 만나는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

한류의 놀라운 여정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제 당신도 한류를 통해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창작자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정책 담당자에게는 미래를 위한 통찰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즐거움과 깊은 감동을 선사할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국대학교 한류융합학술원장인 정길화 교수는 네 편의 시를 통해 한류의 모든 것을 풀어냈다.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용락의 ‘BTS에게’, 그리고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을 따라가며, 한류의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당신이 놓쳐서는 안 될 모든 것을 알아볼 시간이다.

◆ 한류,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실체가 되다

처음 한류는 그저 ‘몸짓’에 불과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고 K팝이 세계 팬들을 사로잡을 때까지만 해도, 이는 단순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세계가 이를 “한류(Hallyu)”라고 명명했을 때, 비로소 한류는 하나의 뚜렷한 실체로 자리 잡았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이름을 불리기 전까지는 그저 하나의 존재였던 것이, 이름을 불림으로써 비로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중화권 언론에서 ‘한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가 한류에 이름을 붙여주고 불러줌으로써, 한류는 더 이상 낯선 몸짓이 아닌, 세계와 관계 맺고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적 주체’로 거듭났다. 이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닌,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불리는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은 관계의 시작이다. 한류는 세계 속에 ‘들어온’ 것이다.

◆ 한류, 수많은 울음 끝에 피어난 아름다운 결과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한류는 결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이야기하듯, 한 송이 국화꽃이 피어나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듯, 한류 또한 수많은 아픔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탄생했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의 상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화의 질주, 민주화를 향한 함성, 그리고 ‘다이나믹 코리아’로 대표되는 회복의 과정까지,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모든 고통과 인내가 응축되어 오늘의 한류라는 ‘문화적 승화’를 이루었다. ‘국화 옆에서’에 담긴 연기(緣起) 사상처럼, 한류는 단절된 흐름이 아닌, 연속된 역사 속에서 모든 우주의 인연을 따라 피어난 것이다. 소쩍새 울음과 먹구름 속 천둥은 한국 현대사의 수난과 인고를 상징하며, 그 끝자락에서 한류는 마치 보란 듯이 현현했다. 한류는 한국의 시간과 기억이 맺은 꽃이며, 이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굴곡, 성공과 회복의 총체적이고 문화적인 결정체다.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이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한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피어난 것인가. 한국 사회 내부의 치유인가, 세계를 향한 몸짓인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인가.

◆ 한류, 언어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의 힘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는 한류가 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그 핵심을 명확히 보여준다. BTS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번역자이자 시대의 시인이다. 그들의 노래는 말보다 앞서는 진심의 파동이며,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와 같다. 고백하고, 질문하고, 위로하고, 때로는 저항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류의 진정한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잘 만들어진 문화 상품 이전에,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시작된다. 팬덤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공감의 공동체이자 문화의 공동 창작자로 함께한다.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콘텐츠, 그것이 바로 K-팝, K-드라마, K-콘텐츠가 세계를 울리는 이유다. 시가 개인의 고백이자 집단의 거울이듯, K-콘텐츠 역시 세계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성도’나 ‘스타일’을 넘어선 ‘진정성’ 때문이다. BTS가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했기에 공감이 가능했으며, 이것이 바로 한류가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한류의 핵심 비결이다.

◆ 한류, 끝나지 않은 여정, 더욱 찬란할 미래

나짐 히크메트의 시구처럼,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한류는 지금도 쉼 없이 나아가고 있다.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 있다. 히크메트가 말하는 진정한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다. 즉, 더 나은 것은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에 있다. 한류 역시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만하거나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히 외연의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 다문화적 포용, 그리고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 삼아, 문화 산업과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루고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도 이야기해야 한다. 외연을 넓히되, 내면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한류는 오늘도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전파되며 수용되고 있다. 이러한 쓰임이 단순히 ‘소모’가 아닌 ‘의미’로 남기 위해서는 분명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수용자들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선사할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