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한류 혜택, 나도 누릴 수 있다: 과거부터 미래까지, 한류의 모든 것

한류는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문화적 주체로 성장했다. 창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우리 수용자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선사하는 한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김용락의 ‘BTS에게’,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이라는 네 편의 시를 통해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상세히 알아보자.

**1. 한류, ‘이름’을 통해 실체가 되다: 김춘수의 ‘꽃’**

한류는 처음에는 그저 ‘몸짓’에 불과했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고 K팝이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까지만 해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중화권 매체에서 ‘한류(Hallyu)’라는 명칭이 부여되면서, 이 현상은 비로소 실체적인 ‘문화적 주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치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구절처럼, ‘한류’라는 이름이 불리면서 세계는 이를 하나의 고유한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소비물을 넘어,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진 결과물로서 한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리는 이름’이 있다는 것은 곧 관계의 출발이며, 한류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태어나고 그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류’라는 이름을 통해 그 존재를 인식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2. 고통과 기다림 끝에 피어난 ‘문화적 승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한류는 결코 하루아침에 피어난 꽃이 아니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구절처럼, 한류 역시 한국 현대사가 겪어온 일제 강점기, 분단과 전쟁, 빈곤과 민주화 과정 등 수많은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피어난 ‘문화적 승화’라 할 수 있다. 소쩍새의 울음과 먹구름 속 천둥은 한국 현대사의 시련과 인고를 상징하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응결된 문화적 에너지가 마침내 한류라는 ‘국화’를 피워낸 것이다. ‘국화 옆에서’가 연기(緣起) 사상을 통해 모든 생명이 우주의 인연에 따른다고 노래하듯, 한류 역시 단절된 흐름이 아닌 연속된 역사 속에 존재하며 한국 사회가 겪은 모든 시련과 굴곡, 성공과 회복의 총체적인 결정체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따라서 우리는 한류를 단순한 콘텐츠 상품이 아닌, 한국 사회의 시간과 기억이 맺은 ‘기억의 꽃’으로 이해하며 그 깊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3. 언어를 넘어 마음을 두드리는 ‘공감의 힘’: 김용락의 ‘BTS에게’**

한류의 힘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문화상품을 넘어,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비롯된다. 김용락 시인의 ‘BTS에게’에서 “LOVE MYSELF, LOVE YOURSELF!/(…)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비로소 가슴이 뛰고 인간이 된다는 것을…”이라는 구절이 보여주듯, BTS는 언어를 초월하여 세계인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공감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들의 노래는 춤과 몸짓으로 쓰는 시이며, 고백하고, 질문하고, 위로하고, 때로는 저항하는 진심의 파동을 담고 있다. 이처럼 K-팝, K-드라마, K-콘텐츠가 세계를 울리는 이유는 ‘다른 언어로도 마음속을 두드리는’ 진정성 때문이다. 시가 개인의 고백이자 집단의 거울이듯, K-콘텐츠는 세계를 감동시키는 ‘완성도’나 ‘스타일’뿐만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핵심 비결을 통해 ‘세계의 감수성’과 접속하며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4. 아직 쓰이지 않은, 아직 불리지 않은 ‘지속의 여정’: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가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고 노래했듯, 한류의 여정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인 한류는 더 많은 서사, 더 깊은 공감, 더 다양한 목소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류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은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와 다문화적 포용, 인간성의 회복에 있다. K-콘텐츠는 세계를 향해 말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 안의 진실 또한 이야기하며, 문명사적 대안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웹툰,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전파되고 수용되는 한류가 ‘소모’가 아닌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창·제작자에게는 영감과 상상을, 플랫폼과 유통 현장에는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자에게는 전망과 통찰을, 정책 담당자에게는 기획과 비전을, 그리고 우리 수용자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선사하는 한류의 ‘진정한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MBC 교양 PD 출신으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서 K-콘텐츠와 한류 정책을 연구하며 ‘공감 한류’ 전파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