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유네스코 등재 ‘반구천 암각화’ 혜택, 나도 누린다

6000년 역사의 생생한 증거,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우리 모두가 그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제 이 귀중한 문화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인류의 상상력과 예술성을 되살리는 살아있는 이야기가 된다. 반구천 암각화는 우리에게 선사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인간의 삶과 예술, 자연과의 교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의 벽화’이며, 이제 그 이야기가 인류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반구천 암각화는 울산 반구천에 자리하며, 청동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유적을 아우른다. 특히 1970년 12월 24일, 문명대 교수가 우연히 발견한 천전리 암각화와 그로부터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 발견된 대곡리 암각화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 불릴 만큼 귀중한 발견이었다. 천전리 암각화는 약 2.7m 높이, 10m 너비의 바위 면에 620여 점의 추상적인 도형과 글, 그림 등이 새겨져 있으며, 주로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 시대의 명문 또한 발견되었다. 대곡리 암각화에는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의 사실적인 묘사 능력과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 암각화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자,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를 통해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반구천 암각화의 탁월한 가치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고래 축제를 개최하는 등 꾸준히 암각화 보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단순히 유적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 등을 포함하는 생동감 넘치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관리 시스템 구축과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반구천 암각화와 같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뛰어난 보존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라스코 동굴의 경우, 일반 공개 이후 관람객 증가로 인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자 1963년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인근에 재현 동굴을 설치했다. 알타미라 동굴 역시 20세기 중반 이후 관광객 급증으로 벽화 훼손이 발생하여 2002년에 전면 폐쇄한 뒤, 인근에 정밀한 복제 동굴인 ‘새 동굴’을 설치하여 교육 및 관광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현대 기술을 활용하여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암각화의 가치를 보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반구천 암각화는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우리 모두에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이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고래의 꿈과 선사인의 이야기가 인류와 함께 나누는 귀중한 유산으로 영원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