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시리아와 수교, 한국 외교의 새 지평 열리다

이제 대한민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는 역사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2025년 4월 10일, 마지막 남은 미수교국이었던 시리아와의 외교 관계 수립이 공식적으로 성사되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극비리 시리아 방문을 통해 이루어진 이번 수교는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연상케 하며, 대한민국 외교 지형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조 장관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며 이번 수교를 ‘끝내기 홈런’에 비유했다. 이러한 놀랍고도 반가운 변화는 지난해 12월 초,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이슬람주의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시리아해방기구)의 시리아 과도정부 출범 덕분에 가능해졌다. HTS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워왔으며, 2024년 11월 말, 열흘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197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집권 이후 54년간 이어져 온 부자 세습 독재에 종지부를 찍었다.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알아사드는 후원국인 러시아로 도주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에 이어 시리아와의 수교까지 성공시키며, 북한을 제외한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북한에게 주요 해외 공작 거점을 또 한 번 잃게 하는 결과로 이어져 외교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 현지 북한 대사관은 서둘러 철수한 바 있다.

시리아 세습 독재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독재 체제 특유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억압과 통제로 내부 여론을 차단하면서 체제는 몰락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했고, 부패와 불신 속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속성을 지닌다. 또한, 2023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어진 이스라엘의 역내 ‘새로운 질서’ 작전으로 인해 이란이 후원하던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와해되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격을 입으면서, 시리아의 오랜 후원자였던 이란은 정부군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이 묶인 러시아 역시 무력했다.

북한과 유사한 독재 체제를 지닌 시리아 정권의 몰락은 북한에 실존적인 불안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시대부터 혈맹 관계를 이어온 시리아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는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북한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2025년 1월, HTS 수장 아흐메드 알샤라는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고 헌법 채택 및 선거 시행까지 최대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전 이후 경제 위축이 85% 이상, 빈곤선 이하의 인구가 90%에 달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된다.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은 많은 중동 국가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상 사회주의 체제나 서구식 자유주의 모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의 경험은 새로운 시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