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더 이상 개인의 불행으로만 남지 않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재해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안전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더 안전한 일터를 제공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이다. 2025년부터 추진되는 이 사업은 과거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적용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 적용 대상으로는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산업이 선정되었는데, 이는 이들 산업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유형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화성시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는 31명의 사상자를 낳으며 사회적으로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섬유 산업의 경우, 수작업 공정이 많아 끼임, 절단, 넘어짐과 같은 인적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유해 물질 사용도 잦은 편이다.
이러한 AI 기반 안전 시스템은 이미 실증 단계에 접어들었다. 수년간 누적된 방대한 사고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끼임 사고가 총 3만 8584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고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조안전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가 협력하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을 직접 시험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기술이 현장의 실제 상황에 더 잘 맞도록 설계되고, 제조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AI 기반 안전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실증되어 해외 수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 현장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작업자 또한 다양해지고 있으며, 작업 환경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기 어렵다. AI와 같은 기술은 예측과 판단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현장의 특성에 맞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로 작업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안전은 단순히 자동화 설비나 정교한 시스템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고 적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조직의 의지, 그리고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가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가능해진다.
결론적으로, 모든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산업안전 기술은 기계나 설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AI 기술은 작업자의 스트레스, 비정상적인 행동, 피로도 등을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 계층을 배려하는 포용적인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현장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조직 문화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기술, 정책, 사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될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한 산업 현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노동이 생명의 위험과 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술은 이러한 바람을 이루는 도구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산업안전은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는 서로 연결된 산업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라도 국가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낯선 현장의 위험에도 귀 기울이는 태도가 이 시대의 안전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산업재해는 우리 사회의 기술 수준뿐만 아니라 윤리적 성숙도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안전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책임이며,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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