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6일

‘사랑이 뭐길래’부터 ‘토니상 6관왕’까지, 28년 한류 역사가 주는 특별한 혜택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한류의 성공 스토리를 새롭게 썼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일컫는 EGOT를 한국 작품이 완성해가는 지금, 28년 전 한류의 시작을 되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시민(고객)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이 놀라운 여정의 시작점과 현재를 살펴본다.

한류의 시작을 알린 결정적인 사건은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다. 이 드라마는 1991년 11월부터 1992년 5월까지 MBC에서 방송된 55부작 주말 드라마로, 당시 한국에서 최고 시청률 64.9%, 평균 시청률 59.6%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세웠다. 그러나 <사랑이 뭐길래>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높은 시청률 때문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로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매주 일요일 아침, 중국 가정집 TV 화면에는 한국의 대가족 이야기가 펼쳐졌다. <사랑이 뭐길래>는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으며, 이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종영 후에도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CCTV는 1998년 저녁 시간대에 2차 방영권을 구매해 다시 편성하는 등, 이 드라마를 통해 한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학계에서는 한류의 기원과 원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을 주요 기점으로 보는 설이 있지만, 1993년 드라마 <질투> 방영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 아젠다 등장설, 1995년 SM 기획사 출범 및 CJENM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설 등 다양한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한류’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1999년 11월 19일을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화제성, 상징성, 영향력 면에서 <사랑이 뭐길래>가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한류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비록 ‘용어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한류 현상이 시작되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1997년 <사랑이 뭐길래>‘가 한류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만약 <사랑이 뭐길래>를 한류의 원년으로 삼는다면, 한류의 역사는 아직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으며, 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놀라운 발전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사랑이 뭐길래>의 성공 이후, 한류는 중국 시장의 특성에 따라 발전했다. 중국은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찍이 문화 전문가들은 중국이 문화 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대체재로 소비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중국 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류에 제동을 걸었으며, 이는 이후 사드(THAAD) 사태를 빌미로 한 ‘한한령’으로 이어졌다.

놀랍게도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혹은 오히려 그 덕분에 한류와 K-콘텐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공은 중국의 의도적인 정책 덕분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 현장의 창작자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다.

1997년 6월 15일,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한국 내에서는 드라마나 가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K-콘텐츠의 완성도와 보편적인 매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형성된 제작 역량이 확인된 것이다. 이후 영상 콘텐츠는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K팝 역시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이 세계 음악 시장에 불멸의 금자탑을 쌓았다.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까지 6관왕을 차지한 소식은 이러한 한류 성공 서사의 정점에 서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된 이 공연 예술 콘텐츠의 토니상 석권은, 과거 한국 작품이 EGOT 수상은 ‘넘사벽’이라 여겨졌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EGOT 완성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28년 전 <사랑이 뭐길래>가 열어젖힌 한류의 문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영예를 거머쥐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정길화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은 MBC 교양 PD 출신으로 ‘인간시대’, ‘PD수첩’ 등을 연출했으며, ‘중남미 한류 팬덤 연구’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BC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으로서 K-콘텐츠와 한류 정책을 연구하며 ‘공감 한류’ 전파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