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봄철 안전사고, ‘함께 대비하고 함께 실천하는 힘’으로 막는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서 야외 활동과 각종 축제가 활기를 띠지만, 이러한 계절적 특성이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자연재난부터 인파 사고까지, 우리 사회의 안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었으며, 그 해결의 열쇠는 바로 ‘함께 대비하고 함께 실천하는 힘’에 있다.

봄철에는 기온 상승과 건조한 날씨, 강풍이 겹쳐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올해 3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산불은 이러한 위협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문화재나 관광지에서의 화재는 단순히 재산 피해를 넘어 우리 문화유산의 소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봄은 야외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축제와 문화 행사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경우가 잦은 시기다. 이러한 다중운집 장소에서는 예상치 못한 혼잡이나 이동 동선 간섭,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견미지저(見微知著)’, 즉 작은 징후를 통해 큰 위험을 미리 알아채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안전은 특정 기관이나 전문가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동 책무라는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인류의 오래된 생존 전략에서 중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강력한 신체 조건을 가진 네안데르탈인보다 ‘협업’이라는 독특한 능력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와 신화를 바탕으로 공동체적 신념과 규칙을 공유하며 혈연을 초월한 협력이 가능했고, 이는 더 큰 집단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가족 단위의 소규모 협력에 머물러 확장성에 한계를 보였고, 이는 생존력의 격차로 이어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자기 근육을 믿고 싸웠고, 사피엔스는 서로를 믿고 함께 싸웠다”는 말처럼, 협업은 단순한 힘의 충돌을 넘어선 강력한 생존 전략이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협업의 지혜를 적용해야 할 때다. 봄철 재난 및 안전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모두가 함께하는 협력적 대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 된다. 중앙정부는 사전 위험 요소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부문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축제나 공연과 같은 다중운집 행사에서는 주최자, 지자체,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사전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인파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혼잡도 예측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며, 민간 자율방재단 및 현장 요원이 주요 동선에 배치되어 즉각적인 상황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산불 대응 역시 민관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유산보호구역 및 관광지 인근 산림 지역에는 드론과 CCTV를 활용한 감시 체계가 촘촘히 구축되어 있으며, 화재 취약 시기에는 야외 불꽃 사용 제한, 입산 통제 등의 조치가 민간단체와의 협력 하에 추진된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초동 대응을 위한 지역 단위의 훈련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야외무대, 천막, 전기 설비 등 임시 구조물에 대한 점검도 필수적이다. 행사 전 철저한 점검과 더불어, 주최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 관리 매뉴얼 배포, 강풍 등 기상 특보 발효 시 실시간 공유 체계 구축 등 현장에서의 실효성을 높이는 다양한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순히 행사 당일의 안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안전 문화가 일상으로 정착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와 기술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안전은 현장을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안내에 귀 기울이고,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봄철 행사에서는 보호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자녀와 함께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일상적인 태도는 다음 세대에게 ‘안전 문화’라는 귀중한 유산을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안전은 협업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대비할 때, 봄은 비로소 안전하게 피어날 수 있다. 예방은 거창한 시스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작은 실천과 연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제나 우리 모두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