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은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해 2월 쿠바와의 수교에 이어, 2025년 4월 10일 마지막 미수교국이었던 시리아와의 외교 관계 수립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대한민국 외교 지형에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극적인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극비리에 방문하여 이번 수교를 성사시켰다. 이는 마치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연상케 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반가운 변화는 지난해 12월 초, 이슬람주의 반군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시리아해방기구)이 1970년부터 이어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가능해졌다.
13년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워온 HTS는 2024년 11월 말, 약 열흘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군은 큰 저항 없이 투항했으며,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알아사드는 후원국인 러시아로 도주했다. 이로써 54년간 이어진 부자 세습 독재가 막을 내렸다. 이번 시리아와의 수교로 북한은 주요 해외 공작 거점을 또 잃게 되었으며,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알아사드 정권 붕괴 당시 현지 북한 대사관은 서둘러 철수했다.
시리아 세습 독재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독재 체제 특유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억압과 통제로 내부 여론을 차단한 결과, 체제는 몰락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하고 부패와 불신 속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속성을 지녔다. 또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과 이어진 중동 정세의 급변 역시 시리아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란이 후원하던 세력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시리아의 오랜 지원국이었던 이란은 정부군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이 묶인 러시아 역시 무력한 상황이었다.
북한과 유사한 독재 체제의 몰락은 북한에 실존적 불안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는 북한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까지 약속한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관계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2025년 1월 HTS 수장 아흐메드 알샤라는 과도 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고 헌법 채택 및 선거 시행까지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전으로 경제가 85% 이상 위축되고 인구의 90%가 빈곤선 이하에 놓인 절망적인 상황을 최대 과제로 보고 있다.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또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은 많은 중동 국가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 경제를 이룬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대한민국의 경험이 새로운 시리아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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