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해외에서 빛난 우리 문화, 이제는 ‘내 집’에서 제대로 키울 때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인기를 끈 한국 문화가 이제는 국내에서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문화의 진가를 직접 확인하고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 동남아와 중남미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드라마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가족주의, 이른바 ‘K-신파’적 감수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간직하고 있던 감정의 DNA’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히 흥미로운 스토리뿐만 아니라, 눈물과 헌신, 어머니와 고향, 세대 간의 단절과 화해 같은 보편적인 서사를 ‘K-가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재해석하고, 강인한 여성의 이야기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러한 ‘정서의 수출’은 한국적인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과 중남미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스토리와 플롯이 주는 정서적 공감대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K-팝과 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이를 ‘국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류’라는 용어 자체도 K-콘텐츠의 인기를 보도한 중화권 언론에서 시작되었을 정도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에야 국내에서 그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해외의 평가를 통해 우리 문화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화 역수입’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일본의 우키요에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재평가되었습니다. 탱고는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부두 노동자들의 삶에서 비롯된 춤으로, 초기에는 하층민의 저속한 오락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유럽 상류층에서 그 관능적인 리듬과 감정의 깊이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고, 이후 아르헨티나에서도 문화유산으로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우키요에도 마찬가지입니다. 19세기 파리 만국박람회 당시, 일본산 도자기를 포장하는 데 사용된 우키요에를 프랑스 예술가들이 발견하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파격적인 구도와 과감한 색채에 매료된 예술가들은 우키요에를 ‘예술’로 주목했고, 이후 일본에서도 우키요에는 체계적인 보존과 전시, 학술 연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고흐, 모네, 드가와 같은 유럽 인상파 화가들은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받아 ‘자포니즘’이라는 새로운 예술 사조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문화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회귀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 숨 쉽니다. 해외에서 먼저 빛났던 우리 문화의 가치를 이제는 ‘내 집’에서 미리 알아보고 제대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인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고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