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3일

나이 들어도 불편함 없어요!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회’를 위한 변화, 지금 시작됩니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는 ‘고령자 지원’이라는 틀을 넘어, 모든 국민이 삶의 과정에 맞춰 더욱 편안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소에 머무는 상태’가 아닌, ‘시간에 따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즉, 우리 모두는 언젠가 나이 들어가며,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가장 먼저,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이 불편해지고 불안해지는 경험을 줄이기 위해 ‘장소에 머무는 노화’에서 ‘과정에 대응하는 생활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살던 집에서 나이 들기’라는 기존의 이상적인 목표를 넘어, 변화하는 신체와 생활에 맞춰 유연하게 주거 공간과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돌봄과 지원이 필요해질 때, 기존 주거지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고령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해야 합니다. 미국의 NORC(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는 자연스럽게 고령자가 밀집된 지역을 기반으로 건강 관리, 주거 관리,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이는 ‘어디에 사는가’보다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는 건강 상태에 따라 독립적인 거주에서부터 간병이 필요한 단계까지 연속적인 돌봄을 제공하며, UBRC(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는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세대 간 교류와 평생 학습,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삶의 지속적인 의미와 소속감을 부여합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고령화라는 과정을 ‘삶의 통합적 변화’로 인식하고, 주거, 의료, 사회적 자원들을 ‘동선 위에서 엮어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대한민국 사회도 이제는 ‘시설’과 ‘재택’이라는 이분법적인 주거복지정책 틀에서 벗어나, 제도 밖으로 밀려났던 수많은 고령자의 삶의 전환 지점들을 포괄하는 유연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계속 그 집에 살아야 오래 사는 것’이라는 단선적인 생각은 오히려 서비스 이용이나 방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령자의 삶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신체 기능 저하, 배우자 사별, 소득 구조 변화, 돌봄 필요성 증가 등 시간과 함께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역동적인 변화의 연속입니다. 따라서 주거와 복지, 보건의 영역은 이러한 변화에 유기적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이제는 ‘살던 집에 머무르는 것’을 절대적인 목표로 삼기보다, 고령자의 변화에 맞춰 주거와 서비스가 함께 이동하고 조정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사회 안에서 나이들기(Aging in Place)’와 ‘지역공동체와 함께 나이들기(Aging in Community)’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공간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고령자가 살아가는 공간은 더 이상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라는 물리적 단위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지역의 보건소, 작은 도서관, 마을 식당, 경로당, 복지관, 공원, 골목길 모두가 고령자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며, 이들의 ‘네트워크’가 곧 고령친화도시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고령자만을 위한 도시가 아닌,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도시, 즉 전 생애 주기를 포괄하는 연령친화도시를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자의 삶을 고정된 상태로 보는 정책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령화는 진행형의 과정이며, 이에 따라 주거 환경과 서비스 체계도 함께 유기적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응은 개인의 ‘집’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와 도시 전체가 함께 유연하게 전환하는 구조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국정과제 설정을 위한 논의와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초고령사회에 대한 정책 대응 역시 고령자 지원을 넘어,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사회 전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에 머무르지 말고, ‘모두가 나이 들어가는 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진정한 고령친화도시란, 누구나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하는 도시이며, 주거와 서비스, 커뮤니티가 함께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삶의 유연성을 지켜주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늙음이라는 생애 과정을 ‘견뎌야 할 일’이 아니라 ‘함께 준비할 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원이 아니라, 동행을 위한 체계로. 정책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 반응하는 환경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