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고령자 혜택, 더 쉽게 누린다! ‘에이지테크’로 독립적이고 존엄한 삶 지원

이제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에서 더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생활 인프라가 마련된다. 바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그 중심에 있다. 에이지테크는 단순히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 실현을 위한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해야 한다.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2072년이면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자가 될 전망으로, 고령자의 주거 환경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에이지테크를 통해 어르신들은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려 87.2%의 노인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길 희망한다.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은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의 가치가 고령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에이지테크는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포함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은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 전반을 돕는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장치, AI 돌봄 로봇 등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한다. 이미 국내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 분석을 통해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를 지정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친화 주거단지 조성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단지에는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가 결합되어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지테크 연계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는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을 높이고, 돌봄 인력의 부담을 완화하며, 사회적 연결을 증진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제시한 바 있다.

에이지테크가 실제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 확대’가 필요하다. 에이지테크는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을 통해 실증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사례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기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고령자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하여 일상 지원 서비스를 연계하려면, 지역사회 내에 통합적으로 갖춰진 서비스가 있어야 에이지테크의 활용성이 담보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에이지테크에 기반하는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한계를 넘어,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요구되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실제 어르신들의 생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 확대, 그리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체계와의 연계를 통해,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에이지테크는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