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9일

유네스코 등재, 반구천 암각화 혜택 나도 누린다

이제 울산 반구천 암각화의 놀라운 역사와 예술성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기회가 더욱 넓어진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가 단순한 보존을 넘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미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까지, 반구천 암각화는 우리에게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풍부한 혜택을 제공한다.

반구천 암각화는 약 6000년에 걸쳐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상상력과 예술성, 자연과의 교감을 바위 위에 고스란히 새겨놓은 ‘역사의 벽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를 통해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평가했으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천전리 유적에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으며, 청동기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추상적 문양과 신라 시대의 명문도 발견되었다. 또한, 대곡리 암각화에는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의 모습, 호랑이와 사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유적을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노력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1970년 12월 24일, 문명대 교수에 의해 천전리 암각화가 발견되었고,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에는 대곡리 암각화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 두 유적은 초기에는 ‘반구대 암각화’로 불리다가 현재는 ‘반구천 암각화’로 통칭되며, 나란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연구진과 마을 사람들이 배를 타고 하류 계곡으로 이동하던 중 발견된 이 암각화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수몰 위협과 싸워왔다. 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겨 박락이 떨어져 나가고, 어설픈 탁본으로 원본이 손상되는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가뭄으로 인해 암각화가 비교적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점증하는 기후 변화와 댐 운영의 변수 앞에서 언제든 ‘반구천’은 ‘반수천(半水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물속에 잠긴 유산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잃을 수 있으며, 등재 이후 관리 계획이 부실할 경우 유네스코는 등재를 철회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적의 현장’을 ‘수몰의 현장’으로 되돌리는 일은 절대 막아야 한다.

다행히 이제는 진정한 과제가 시작되었다.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를 표방하며 고래 축제를 개최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를 바탕으로 암각화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워케이션 공간까지 아우르는 생동하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한,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계기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 관리 시스템 구축과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병행된다.

다른 나라의 성공적인 보존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는 관람객 증가로 인한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1963년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재현 동굴을 설치했으며,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역시 2002년 전면 폐쇄 후 ‘새 동굴’이라는 정밀 복제 동굴을 만들어 교육 및 관광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며, 때로는 복제품을 통한 ‘간접 관람’ 방식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물론 원본이 주는 ‘아우라’는 최상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후대에 잘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다행히 현대 기술은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는 이제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의 언어’로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되살아난 고래의 꿈을 품은 이 거대한 바위의 장엄한 서사는, 이제 우리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되어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