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드디어 시리아와 수교… 193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외교 관계 맺는다

대한민국이 2025년 4월 10일, 시리아와의 외교 관계 수립을 통해 193개 유엔 회원국 전체와 국교를 맺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북한과만 수교해 오던 쿠바와의 외교 관계 수립에 이은 쾌거로, 우리 외교 지형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순간이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극비리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하여 이룬 이번 수교는 한 편의 외교 첩보극을 연상케 한다.

이번 외교 관계 수립은 지난해 12월 초, 이슬람주의 반군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시리아해방기구)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면서 가능해진 극적인 변화의 결과다. HTS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 이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워왔으며, 2024년 11월 말, 재정비된 전력으로 열흘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했다. 이로써 197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에 의해 시작된 54년간의 부자 세습 독재는 막을 내리고,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리던 알아사드는 후원국인 러시아로 도주했다.

이러한 시리아 정권의 급작스러운 몰락은 독재 체제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억압과 통제로 내부 여론을 차단한 독재 체제는 몰락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했고, 부패와 불신 속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속성을 지닌다. 더불어 중동 정세의 급변 또한 시리아 몰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후원하던 세력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시리아의 오랜 후원국인 이란은 정부군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으며, 우크라이나전에 집중하던 러시아 역시 무력했다.

이러한 시리아 정권의 몰락은 북한에게도 실존적 불안감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와 같이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생존을 의지하고 있는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관계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북한은 시리아 정권 붕괴 당시 현지 대사관을 서둘러 철수하며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새롭게 구성된 시리아 과도정부의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은 전쟁으로 붕괴된 경제와 국가 제도를 복구하고 헌법 채택 및 선거 시행까지 최대 4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전으로 인해 경제가 85% 이상 위축되고 인구의 90%가 빈곤선 이하로 떨어진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시리아의 최대 과제로 지적된다.

시리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 비결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발전 모델을 배우기 위한 실무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또한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협력을 제안하며 양국 간 협력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은 중동 국가들에게 아시아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장경제를 이룬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러한 우리의 경험이 새로운 시리아를 만들어가는 데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