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노란봉투법’, 2026년 3월부터 시행! 노동자의 권익 보호, 어떻게 달라지나?

이제 노동자들이 겪는 고용불안과 원하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노란봉투법’이 2026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오랜 시간 누적된 노동 현장의 심각한 문제들을 노사 간 소통과 교섭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조법은 20년 이상의 오랜 논의 끝에 결실을 맺었다. 2003년,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고통받던 노동자의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쟁의행위 관련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이후 거액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었고, 특히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2013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에 대해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담은 성금을 전달하는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이것이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최근에는 조선회사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470억원 손해배상청구 사건을 통해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약화된 단체교섭권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개정 노조법은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저성장 시대에 따른 기업들의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 하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용불안,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증가로 인한 원하청 간 격차 심화, 특고·플랫폼 종사자와 같은 새로운 고용 형태 증가로 인한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발생 등 기존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에 답하고자 한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노조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했다. 이는 이미 2010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근로계약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최근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단체교섭 거부가 위법하다는 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들이 내려지면서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역시 실질적인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를 ‘사실상의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에 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과거 판례는 경영상 결정 자체를 단체교섭 및 파업 대상으로 보지 않았으나, 이번 개정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경영상 결정을 노동쟁의 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근로자들의 지위와 근로조건이 심각한 영향을 받더라도 이를 교섭 의제로 삼을 수 없어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던 상황을 완화하고, 대화와 교섭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즉, 조정 과정을 통해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의 극단적인 충돌을 피하는 방안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개정법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한 면책 조항과 파업 관련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의 개별화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대항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면책하는 의미를 가지며, 조합원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은 개별적으로 판단해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부진정연대책임의 폐해를 완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노란봉투법’ 논의가 처음 시작된 가장 중요한 이유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오늘날 전 세계는 노동시장의 격차 문제라는 공통된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각 국가는 입법적, 행정적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2년, 전체 취업자의 단체협약 적용률이 80% 미만인 회원국에 대해 단체교섭 촉진 조치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채택하며 단체교섭을 통한 격차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은 우리가 그 문제를 만들어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우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노동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고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화하여 오래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작이다. 그러나 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며, 법이 현장에서 안착하고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산별교섭, 초기업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의 활성화, 노동자들의 강한 연대, 대화와 소통을 위한 사용자의 열린 자세, 그리고 치밀한 법 해석 및 적용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