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든든한 노후, 부부 화목으로 완성된다!

퇴직 후에도 경제적인 안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부부 화목이다. 이제는 부부 모두가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낮 동안 수입을 얻는 일이든,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이든, 즐거운 취미 생활이든, 혹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활동이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갈 수 있다.

과거에는 퇴직 후에도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과 연금으로 인해 경제적 걱정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퇴직한 공무원들의 퇴직수기 공모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생각은 오산이었음을 깨달았다. 105건의 수기 대부분에서 ‘퇴직 후 절벽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는 공통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갈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힘듦으로 다가왔다.

한 고위직 공무원의 수기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퇴직과 연금 수령으로 한동안 자유를 만끽하려 했지만, 3개월 만에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아침에 일어나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저 양반은 오늘도 안 나가나?” 하는 아내의 무언의 압박이 그를 힘들게 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노인들이 신문 한 장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며 ‘안 되겠다, 취직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퇴직 후 준비 없이 시작한 취업 활동은 쉽지 않았다. 면접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던 그는, 최근 증가하는 주간노인보호센터 일자리에 희망을 걸었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노(老老) 케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면접에 합격했다. 하루 5~6시간, 노인들을 돌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시작했다. 성격이 좋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성심껏 어르신들을 돌본 그는 월 70만 원의 수입과 집에서 내던 건강보험료 30만 원을 합쳐 월 100만 원을 벌게 되었다. 그 결과, 수기 마지막에는 “그렇게 무섭던 아내가 천사로 바뀌었다”는 반전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은 비단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TV 토크쇼에서도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을 때 남편과 아내 모두 불편함을 느낀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여성들은 집안일을 돕겠다며 서투르게 행동하고 잔소리까지 하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남성들은 아내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편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남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다. 남편이 집에 있음으로 인해 아내가 우울증, 고혈압, 천식 등 다양한 건강 이상을 겪는 것을 ‘부원병(夫源病)’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남편은 회사일에, 아내는 가정일에 집중하며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퇴직 후 남편이 매일 집에 머물게 되면서, 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이 아내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는 심한 경우 중년·황혼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20년 이상 혼인 지속 기간을 가진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이 1990년 14%에서 2023년 23%로 증가했다.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 후 부부 화목을 위해 낮 동안 각자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 오가와 유리는 퇴직 후 가장 인기 있는 남편은 ‘낮에는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우리나라 역시 남편 퇴직 후 부부 갈등 문제가 빠르게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이혼율은 꾸준히 낮아졌지만, 전체 이혼 건수 중 중년·황혼이혼의 비율은 1990년 5%에서 2023년 36%로 크게 증가했다. 퇴직 후 부부 갈등이 이러한 증가 배경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는 퇴직 후 노후자금 마련만큼이나 부부 화목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부부 모두가 낮 동안 각자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 활동, 사회 공헌 활동, 취미 활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필수적인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