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산업재해, 이제 AI로 미리 막는다! 당신의 일터도 더 안전해진다

앞으로는 산업 현장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산업재해 대응 방식을 ‘예방’에서 ‘예측’으로 전환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위험 감지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는 곧 우리 일터의 안전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정책 전환은 산업재해를 단순히 통계나 업무상 변수로만 보지 않고,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국내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13만 6천 명의 산업재해자와 약 2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광업, 건설업, 제조업 분야에서 사고가 집중되었으며, 소규모 사업장과 기계 관련 사고의 빈번함이 두드러졌다. 이는 특정 업종만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 문화, 기술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매년 전 세계에서 약 270만 명이 산업재해나 직업병으로 사망한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15초마다 한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생명을 잃는다는 충격적인 통계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열악한 안전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사고 발생률이 높고 대응 역량이 부족한 반면, 일부 선진국은 AI 기반 예측 시스템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산업안전 수준을 체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우리 정부는 2025년부터 ‘제조안전고도화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산업재해 예측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 사업은 업종별 사고 사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적용하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 적용 대상 업종으로는 이차전지, 석유화학, 섬유 등이 선정되었는데, 이들 업종은 사고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사고 유형이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6월 화성시의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31명의 사상자를 내며 큰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섬유 산업 역시 수작업 공정이 많아 끼임, 절단, 넘어짐과 같은 인적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유해물질 사용도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이처럼 산업안전은 기술적 접근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고 유형별로 수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단하도록 학습하는 시스템은 이미 실증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끼임 사고의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3만 8584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기술의 현장 적용은 결코 기술 자체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제조안전 얼라이언스’라는 협업 구조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가 함께 데이터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을 실증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술이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미 조선업계에서는 AI 기반 안전 시스템이 해외 수출로 이어진 성공 사례도 있다.

더 나아가, 산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작업자는 더욱 다양해지며, 작업 환경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안전은 단순한 숙련이나 경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고 있다. AI와 같은 기술은 이러한 예측과 판단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현장에 맞게 효과적으로 설계되기 위해서는 실제 작업 현장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결국 모든 기술적 진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산업안전 기술은 설비가 아닌,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AI 기술은 작업자의 스트레스, 행동 이상, 피로도 등을 감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신규 인력 등 다양한 취약계층을 고려한 포용적인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기술만으로는 안전이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현장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조직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정책, 그리고 사람 이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 변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산업 현장의 노동이 더 이상 생명의 위험과 맞바꾸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은 이러한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며,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회 전체의 선택이 중요하다. 산업안전은 특정 업종만의 과제가 아닌, 고도로 연결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다. 작은 관심과 낯선 현장의 위험에도 귀 기울이는 태도가 바로 이 시대의 안전 문화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책임이며,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