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국립극장 <세계 음악극 축제>, 창극부터 동아시아 음악극까지 한눈에!

국립극장에서 9월 3일(수)부터 28일(일)까지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가 열리며, 독자들은 이 축제를 통해 우리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과 동아시아의 다채로운 음악극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제1회 축제로서, ‘동아시아 포커싱(Focusing on the East)’을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전통 음악 기반 음악극 총 9편이 23회에 걸쳐 공연된다. 이는 곧 4주간, 거의 한 달 동안 축제가 이어진다는 의미이며, 관람객들은 이 기간 동안 풍성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창극을 중심으로 동시대 음악극의 흐름과 현재를 조망한다는 점이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되 여러 배우가 배역을 나누어 연극적인 형태로 공연하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으로, 1900년대 초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발전해왔다. 판소리의 창(노래)과 아니리(사설), 발림(몸짓) 등의 요소를 활용하지만, 1인극 또는 2인극 형식인 판소리와 달리 여러 배우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다인극 형태로 공연되는 것이 차별점이다.

축제의 개막작으로는 국립극장 제작 공연인 국립창극단의 신작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요나 김 연출가가 극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기존 ‘심청가’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심청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내어 주목받았다. 전통 판소리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심청>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비록 직접 관람하지 못했더라도 9월 28일까지 공연이 이어지므로,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축제 기간 중 9월 13일(토)에는 해외 초청작 <죽림애전기>와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을 연이어 만날 수 있었다. <죽림애전기>는 홍콩의 전통극인 월극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중국 위나라 말기에서 진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죽림칠현’ 후손들의 삶을 그려낸다. 가면을 쓴 배우들이 노래와 춤, 연기, 무술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2023년 홍콩 아츠 페스티벌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홍콩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은 <세계 음악극 축제>가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인 유학생 호곤 씨는 <죽림애전기>를 보며 가정과 국가의 측면을 잘 담아낸 점, 그리고 현대적인 기술과의 조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된 시각과 수출 의식, 그리고 높은 접근성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한중 문화 교류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초청작 <정수정전>은 조선 말, 작자 미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주인공 정수정의 서사를 풀어낸다. 부모를 여읜 후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겪던 정수정이 남장을 하고 과거 시험을 보는 등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당시 여성들의 애환을 대변한다. 공동 창작 방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모든 것의 중심에 너를 두거라”라는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

<세계 음악극 축제>는 동아시아 3개국의 전통 음악극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탐구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첫 주제인 ‘동아시아 포커싱’에 이어 내년에는 또 어떤 흥미로운 주제로 관객들을 만날지 기대감을 높인다. 국립극장 공연 외에도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국립민속국악원 등 여러 기관에서 주관하는 한·중·일 연계 프로그램 또한 마련되어 있다. 향후 다양한 해외 작품 초청과 국공립 및 민간 단체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 다채로운 음악극 형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국립극장은 ‘부루마블’ 이벤트도 진행한다. 예매 관객들에게 제공되는 ‘부루마블’ 판에 관람한 공연의 도장을 찍어 적립하면, 회차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9개 도장을 모으면 한정판 축제 굿즈를 증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극장 누리집(nto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