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차별금지법, 한류의 미래와 대한민국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

한류 열풍이 식지 않고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블랙핑크, 세븐틴, NCT와 같은 K팝 그룹들이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넘어서는가 하면, 특히 국내에는 덜 알려진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Top 200 차트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K팝을 넘어 어떤 대중음악 스타도 이루지 못한 쾌거이며, 멤버 중 호주 국적의 두 멤버가 있어 영어 소통과 군대 휴지기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잘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앞으로 K팝 그룹들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으며,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BTS와 함께 K팝의 미래는 더욱 밝을 전망이다.

이러한 한류의 영향력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비록 연간 3000만~4000만 명을 기록하는 일본과 중국, 1억 명을 돌파한 프랑스에 비하면 아직 세계 최고의 관광 대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며 거리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한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불거지기도 한다. 수많은 관광 유튜버들이 한국의 거리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면서, 늦은 밤에도 안전하고 힙한 홍대와 성수동의 모습뿐만 아니라 명동, 광화문, 건대 등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구호의 혐오 시위까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올해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거리에서 중국인을 혐오하고 죄악시하는 목소리를 직접 접하며 놀라움을 표하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는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한국의 이면에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한국 미디어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류 팬들은 콘텐츠 안에 담긴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인 인종차별적 감수성과 이에 대한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K팝 팬덤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새로운 남성성과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K팝 콘텐츠는 기존의 획일적인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부드러운 남성성을 제시하며, 아이돌 문화는 전 세계 청년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K뷰티의 미백 중심적인 경향은 아이돌의 피부 표현을 둘러싼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K팝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정체성과 피부색으로 표현되는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소란스럽지만 동시에 매우 건강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류 연구자들이 가장 즐겁게 느끼는 부분은 바로 한류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한류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것을 생산해 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 한국의 픽션물들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보여주지만, 동시에 인간성 상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어 선진국 시청자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준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독재 등 온갖 어려움을 겪고도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이 극복의 모델이 된다. 이들이 찾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으로 다양하게 담론화될 수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정이다. 한류가 만들어낸 매력은 콘텐츠 생산자와 세계 소비자들이 모두 느끼는 미스터리하면서도 긍정적인 힘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류의 긍정적인 흐름은 항상 위태로움을 동반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내면에 자리한 인종주의와 성차별이다. <오징어 게임>의 외국인 캐릭터나 <청년경찰>의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 등은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여주며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맞닿아 있다. 또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토론은 현실 속 미투 운동이나 퀴어 퍼레이드 논란과 연결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에서 마주치는 과격한 혐오 시위는 미디어 문화로 한류를 접한 팬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극명하게 경험하는 순간이 된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는 말처럼, 강력한 엘리트가 아닌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이다. 그렇기에 더욱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돌봄과 겸손의 자세, 그리고 크고 작은 공동체의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K팝 그룹들이 팬들과 맺는 관계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과 상통한다. 한류는 일세계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은 한류의 최대 적이 된다.

만약 한류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그 위기는 시장 축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올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류의 미래를 위해,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