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5일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이제 나도 혜택받는다: ‘생활 장치’ 개선으로 달라지는 육아 환경

최근 1년 사이 출생아와 혼인이 10개월 연속 증가하며 33년 만에 반가운 반등을 보이고 있다. 2025년 4월 출생아 수는 2만 717명으로 8.7% 증가했고, 혼인 건수도 1만 8921건으로 4.9% 늘었다. 특히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이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결혼과 출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출산율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일상에서 ‘아이를 낳길 잘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양육 친화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작은 불편함이 쌓이면 언제든 통계의 상승세는 꺾일 수 있기에, 지금이야말로 기본적인 생활 장치를 촘촘히 마련할 최적의 시기다.

가족 화장실과 기저귀 교환대는 단순한 보육 정책을 넘어 ‘생활 인권’의 영역이다. 2024년 11월 27일 기준, 서울시 개방·공중화장실 3708곳 중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은 1123곳으로 30%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마저도 여성 화장실에 집중되어 있으며, 남성 화장실에는 23곳만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은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아버지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한다. 기저귀 교환대를 찾기 위해 헤매거나, 변기 위에서 급하게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처럼,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이는 성평등 돌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며, 성평등 설비 마련이 앞서야 한다.

정책이 앞서가는 만큼 인프라도 함께 발전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국가공무원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아빠 교육·캠프 프로그램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을 기록할 만큼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2025년에는 가족센터 등 공공·위탁 기관들이 예산 삭감 및 부족 문제로 프로그램 기획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기저귀 교환대나 유아 세면대 설치 예산은 ‘부대비’로 분류되어 삭감 대상 1순위가 되기 쉽다. 수도권과 지방, 신도시와 동네 상가 간 인프라 격차도 심화되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불평등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은 이미 행동으로 증명되고 있다. 아버지들은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버지 역할, 소통, 놀이 교육 프로그램에 과거보다 훨씬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5년 5월 ‘유아차 런’과 6월 ‘탄생응원 서울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건강한 양육 문화와 탄생의 기쁨을 나누고 응원하는 새로운 양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한, 서울시 100인의 아빠단 50가족을 서울대공원 캠핑장에 초청하여 1박 2일 공동 양육 체험을 진행했을 때, “양육 스트레스가 줄고 관계가 깊어졌다”는 긍정적인 후기가 쇄도하며 더 많은 양육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이러한 부모들의 열정을 일상 속 편의로 연결하기 위한 생활 인프라 구축은 이제 정책 당국의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몫이다.

출산율 반등을 지속시키기 위해 지금 당장 채워야 할 네 가지 기본 장치가 있다. 첫째, 성평등 인프라의 표준화다. 국공립 시설, 대중교통 환승 거점, 대형 민간시설에 가족 화장실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남녀 화장실 모두 유아 거치대, 교환대, 유아 세면대, 벽면 발판을 동일한 비율로 갖추도록 ‘생활 SOC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 예산 증액 및 주말 자녀 동반 프로그램 확대다. 공공 및 위탁 시설에서 성 평등을 위한 아버지 교육 예산을 늘리고, 자녀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시설 및 인프라 개선을 통해 아버지들이 자연스럽게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문화와 정책의 선순환 구조 확립이다. 교육·체험 프로그램에서 얻은 만족도를 인프라 개선 요구로 연결하여 ‘정책 → 행동 → 문화 → 정책’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 시민권’ 캠페인의 확산이다. 유아차 런, 탄생응원 서울축제와 같은 체험형 행사를 통해 ‘아이를 돌보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일상적인 양육이 불편한 나라라면 출산율 반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출산율 반등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이지만, 기본적인 인프라가 미비하면 ‘출산은 기쁜 일’이라는 메시지는 공허해진다. 아이를 낳으면 축하받고, 어디서든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도시와 나라, 이러한 기본이 갖춰지는 순간 출산율 그래프보다 훨씬 큰 ‘행복지표’가 우리 삶을 채울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화장실의 작은 교환대, 스포츠 시설의 가족 탈의실처럼 눈높이를 맞춘 ‘생활 장치’야말로 반등을 지속시킬 진정한 열쇠다.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