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7일

28년 전 시작된 한류, 이제는 세계 정상을 향해

28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한류가 이제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세계 무대를 석권하고 있다.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휩쓰는 EGOT라는 용어는 더 이상 한국이나 한국인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류의 기원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한류의 첫 불씨는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시작되었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한국에서 최고 시청률 64.9%를 기록했던 이 드라마는 중국 시청자들에게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중국에서 시청률 4.2%, 평균 시청자 수 1억 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며, 재방송 요청이 쇄도하여 CCTV는 2차 방영권까지 구매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이로써 ‘한류’라는 거대한 파도가 본격적으로 점화된 것이다.

물론 한류의 기원을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1993년 중국에서 ‘녹색연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드라마 <질투>를 시작으로 보는 설, 1994년 영화 <쥬라기 공원>의 아젠다에서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설, 1995년 SM 기획사의 출범, CJENM의 영상 산업 진출, 뮤지컬 <명성황후> 초연, SBS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 등을 기점으로 보는 설도 있다. 또한, 1999년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화제성, 상징성,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997년 <사랑이 뭐길래>의 방영을 한류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1997년을 한류의 원년으로 삼을 경우, 한류의 역사는 올해로 28년이 된다. 30년이 되지 않는 짧은 역사이지만, 이는 한 세대를 구분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다. 과거 한국 드라마나 K팝을 폄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한류가 점화되면서 K-콘텐츠의 완성도와 보편적인 소구력, 그리고 치열한 내부 경쟁 속에서 형성된 뛰어난 제작 역량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중국이 한국 문화를 받아들인 것은 서구 문화에 대한 경계심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안으로 한국 문화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찍이 필자는 중국이 문화 할인율이 낮은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류에 제동을 걸기도 했으며, 사드를 빌미로 ‘한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혹은 오히려 덕분에 한류와 K-콘텐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BTS,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은 중국 시장과 무관하게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한류의 세계화가 특정 국가의 정책이나 영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임을 보여준다.

<사랑이 뭐길래>를 시작으로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거쳐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진 영상 콘텐츠의 발전과, 2011년 SM의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이 금자탑을 쌓아 올린 K팝의 성장은 한국 대중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소식은 한류의 성공 서사에 중요한 한 획을 긋는다. 서울 대학로에서 시작된 이 공연 예술 콘텐츠가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28년 전 중국에서 점화된 한류의 불씨가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빛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