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인구 구조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단순히 아이를 더 낳는 조건 마련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은 인구 감소가 지역 소멸, 경제 성장 둔화, 사회복지 부담 증가 등 미래 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위기를 숫자의 문제가 아닌 ‘아이가 태어나기 좋은 도시,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절반 이상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으며, 경북 의성군처럼 고령 인구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학령 인구 감소로 학교 통폐합이 진행되는 지역도 있다. 이는 지역 일자리 축소, 청년 유출, 출산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실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서울과 인천은 현실적인 양육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은 출산지원금, 아이돌봄 서비스, 공공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높은 주거 비용과 육아 시설 접근성의 불균형으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인천시는 산후조리원 비용 최대 150만 원 지원, 첫째부터 육아수당 지급, ‘아이 플러스 시리즈’, ‘천사지원금’,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이는 정책의 총액보다는 체감도와 접근성이 출산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시의 성공 사례는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브랜드화를 통해 육아지원 정책을 체계화하고, 공공 어린이집 확대, 부모 교육 및 심리 지원 확대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부모들의 양육 불안을 줄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24년 출산 의향이 68.5%로 전년 대비 12% 상승했지만, 정책이 분산되어 있고 육아가 고립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소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과밀 지역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저출생 문제 극복에 실효성을 보인 육아 정책들은 ‘생활 밀착형 정책’과 ‘민간-공공 협력 체계’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아산시의 ‘100원 택시-산모 전용’, 인천시의 ‘가족친화 인증제’, 광주시의 ‘출산축하용품 패키지 제공’ 등은 적은 예산으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중소도시들이 참고할 만한 정책 모델이 되고 있다. 또한, 아빠 육아휴직 장려, 탄력근무제 의무화, 출산 직후 부모 상담 서비스 등은 단기적인 출산율 개선뿐만 아니라 양육의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현재의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 정권이 바뀌어도 출산 정책이 단절되지 않도록 국가 기본법에 근거한 출산-육아 정책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조직문화 변화, 정책 사용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셋째, ‘출산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시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기쁨’으로 바꾸는 건강한 문화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단순히 출산율이 높은 도시가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이 자랑스러운 도시, 부모가 존중받는 도시, 함께 돌보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란 공공 보육, 안전한 양육 환경, 촘촘한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있는 곳이며, 부모가 행복한 도시란 일과 육아의 균형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와 아이 키우는 부모를 지지하고 인정하는 지역사회 문화가 정착된 곳이다. 아이 낳고 살고 싶은 도시란, 출산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양육의 전 과정을 함께하는 행정과 미래가 있는 도시이며, 자랑하고 싶은 도시는 부모와 아이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제공받으며 동등한 위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도시다.
이러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저출생을 극복하는 길이자,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다. 저출생은 우리 사회의 위기이지만, 이 위기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재설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역할을 나누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체 회복에 협력한다면,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사회는 절대 멀지 않다. 이제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조건’을 넘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진짜 미래일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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