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내 일상과 직결되는 안보 위협, 이제는 ‘이것’으로 든든하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분쟁, 네팔 시위까지. 전 세계적인 안보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 ‘우리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안보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전쟁과 혼란의 양상을 더욱 정교하고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시키고 있다. 2년 전, 기자 또한 온라인 해외 봉사 중 갑작스러운 경보와 방공호 대피 상황을 직접 목격하며 안보가 결코 먼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처럼 우리 삶과 직결되는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2025 세계신안보포럼’이 열렸다. 2021년부터 대한민국 외교부가 주최해 온 이 포럼은 변화하는 신안보 위협에 대한 글로벌 협력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우리나라는 창설국이자 주최국으로서 의제 설정과 파트너십 구축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포럼은 매년 시대 흐름을 반영한 주요 논의를 이어왔다. 2021년에는 신안보 위협의 다양성과 대응 방향을 탐색했으며, 2022년에는 다차원 사이버 위협과 국제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2023년에는 사이버 공간과 신기술 위협에 대한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작년에는 AI 및 첨단 기술 기반 안보 도전과 혁신 대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올해 ‘하이브리드 위협의 진화와 국제 안보’를 주제로 열린 포럼은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신안보 거버넌스 구축과 규범 형성에서 중추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 8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5회 포럼에는 정부, 국제기구, 학계, 민간 전문가 20여 명과 온·오프라인 참석자 약 1,000명이 모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이광형 KAIST 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카림 하가그 소장 등 다국적 주요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바로 ‘생활의 연속성’이었다. 이는 전력, 의료, 교육, 통신 등 국민 일상과 직결된 필수 서비스가 중단 없이 유지되어 안전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포럼에서는 인지전, 신기술 위협, 핵심 인프라 회복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허위·오정보가 선거, 재난, 지역 갈등을 악화시키고 딥페이크 음성이 금융 사기와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현실을 진단했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패널들은 커뮤니티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다층 협력체계 구축, 위기 상황 표준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마련을 통해 사회적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국제 규범 마련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생성형 AI, 드론, 이중용도 기술 등이 전시와 평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사이버와 물리 공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그레이존’ 위협 현상을 논의했다. SIPRI 시빌레 바우어 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책임 있는 AI 운영을 위한 모델 감사 및 내부 점검, 고위험 사용처 제한, 국제법 및 수출 통제 연계 방안 등을 공유했다. 또한 산업계, 학계, 정부 간 협력 모듈의 표준화를 통한 산업 보안 투자 확대도 제안되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가 핵심 인프라가 물리적·사이버 위협에 노출되어 있어 작은 장애가 연쇄적인 마비로 확산될 위험을 지적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제임스 설리번 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평상시 취약점 점검과 훈련,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고 발생 시 격리, 대체 경로 가동, 복구 시간 단축을 통해 국민 일상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명확히 했다.

세계신안보포럼의 창설국이자 주최국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논의를 통해 국내외 신안보 정책과 국제 규범 간 상호 피드백 체계를 강화하며 국제사회 내 신안보 거버넌스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신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준 중요한 장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신안보 위협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민생과 직결된다. 허위 정보는 여론과 경제의 안정성을 흔들고, 사이버 공격은 의료, 교통, 배송과 같은 필수 서비스의 연속성을 위협한다. 핵심 인프라의 교란은 물가와 국민 생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지전 대응 체계의 표준화, 책임 있는 AI 운영 제도화, 핵심 인프라 복구 시간 기준 중심의 민관 협력 훈련 정례화가 시급한 정책 과제이다. 정부와 민간, 학계가 긴밀히 협력하여 국민 일상을 위한 신안보 대응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