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이제 미국 여권으로도 10위 안에 들기 어려워요…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20년 넘게 굳건했던 미국 여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헨리 여권지수 발표 이후,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 상위 10위권에서 처음으로 밀려났습니다. 과거 2014년에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미국 여권이 이제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공동 1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미국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전 세계 227개 목적지가 180곳으로 줄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입국 허용 변화’ 때문입니다. 올해 4월, 브라질이 미국 시민의 비자 면제를 철회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이 무비자 입국 대상국 명단에서 미국을 제외하면서 하락세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소말리아의 새로운 전자비자(eVisa) 시스템 도입과 베트남이 미국을 최신 무비자 입국 확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미국 여권의 순위는 더욱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하락세와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헨리 여권지수 1위부터 3위까지는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여권으로는 193개국, 한국 여권으로는 190개국, 일본 여권으로는 189개국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독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입니다.

헨리앤파트너스의 크리스티안 H. 케일린 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단순한 순위 변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이동성과 소프트파워의 역학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방성과 협력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앞서 나가고 있지만, 과거의 특권에 안주하는 국가들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여권의 급격한 상승입니다. 2015년 94위였던 중국은 2025년 현재 64위로 크게 올랐으며,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목적지가 37곳 늘어났습니다. 중국은 현재 76개국에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보다 30개국이 더 많은 수치입니다. 러시아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는 중국이 ‘개방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미국 여권 소지자는 180개 목적지에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지만, 미국이 자국 입국을 비자 없이 허용하는 국가는 46개국에 불과합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헨리 오픈니스 지수’에서 77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애니 포르자이머는 “미국의 후퇴는 정치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이전부터 이미 미국의 정책은 내향적으로 변하고 있었고, 이러한 고립주의적 사고방식이 이제 미국 여권의 위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미국 여권 위상의 하락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제2 시민권’ 확보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글로벌 이동성과 소프트파워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