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부동산 쏠림, 노후 빈곤으로 이어진다… 일본보다 심각한 우리 현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일본의 30~40%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편중 현상은 향후 빈집이나 슬럼화 문제로 인해 주택 가격 하락을 야기하고, 결국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에 치우친 가계 자산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경고가 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심화되고 있는 빈집과 아파트 슬럼화 문제는 머지않아 우리 사회가 직면할 현실일 수 있다. 2018년 일본의 빈집은 848만 채, 전체 주택의 13.6%에 달했으며, 2023년에는 900만 채로 늘어났고 2038년에는 31.5%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농촌 지역뿐만 아니라 도쿄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빈집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이다. 하지만 기존 주택의 공동화 방지 대책 없이 매년 8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신축되고 있는 현실 또한 빈집 문제를 심화시킨다. 주택 건설업자의 신규 주택 건설 경향과 더불어, 여전히 주택을 주요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 또한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단독주택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아 슬럼화되는 노후 아파트 단지이다. 일본의 경우, 구분소유주택인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서는 주민 80%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재건축의 경제성 부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인 간의 합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동의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 재건축이 성공하려면 위치가 좋고 저층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파트들은 슬럼화되어 빈집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후 아파트들은 주변 지역의 지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건축된 지 20~25년 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해당 지역의 지가가 4% 정도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도쿄 근교에 거주하는 한 일본인 친구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84년 1200만 엔에 매입했던 28평형 아파트의 현재 가치는 300~400만 엔으로 폭락했으며, 재건축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대부분 고령자인 소유주들이 재건축을 귀찮아하고, 재건축 기금도 적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상황을 우리가 남의 일처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빈집 증가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23년 현재 전국 빈집은 153만 4919채로, 전년 대비 8만 가구 늘어났으며 전체 주택의 7.9%를 차지한다. 전국 시군구 절반 이상에서 빈집 비율이 10%를 넘는 상황이다. 빈집은 농촌 지역뿐만 아니라, 신도시 개발로 젊은 층이 떠난 원도심에서도 늘어나고 있으며, 고령 1인 가구 사망 후 상속인이 없어 빈집이 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파트 슬럼화이다. 일본은 전체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전체 주택 1954만 6000채 중 아파트가 1263만 2000채, 즉 64.6%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20년 후 이 수많은 아파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정책 당국의 시급한 대응책 마련과 더불어 개인 차원의 자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 구조를 하루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빈집과 슬럼화 문제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노후 빈곤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