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AI 똑똑하게 만들고 싶다면, ‘맥락’을 넘겨주세요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인공지능(AI)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이제 ‘맥락’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파편화된 문장 대신 모든 참고 자료와 논의 과정을 담은 데이터를 AI에 제공할 때, AI의 지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1페이지 요약 보고서에 익숙한 한국의 공무원들은 이제 아마존의 ‘6 페이저’와 같이 서술형으로 작성된 상세한 문서를 통해 AI 활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잠재된 패턴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따라서 AI가 똑똑해지려면 충분히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데이터는 D 드라이브에 저장되어 있어, 컴퓨터 포맷과 함께 소중한 맥락과 암묵지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이는 미래에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사용할 AI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다르다. 아마존은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구성원이 6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6 페이저’ 규칙을 따른다. 이 메모는 도입부, 목표, 원칙, 사업 현황, 교훈, 전략적 우선순위, 부록으로 구성되며, 완전한 서술체로 작성된다. 회의 참석자들은 첫 30분간 이 메모를 읽으며 내용을 숙지한 후 회의를 진행한다. 이는 단순 요약이 아닌, 깊이 있는 사고와 맥락 이해를 강제한다.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파워포인트(PPT) 대신 서술형 메모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파워포인트의 불릿 포인트(글머리 기호) 뒤에는 많은 엉성한 사고를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술 구조를 가진 완전한 문장을 사용하면 엉성한 사고를 숨기기 어렵고, 더 나은 사고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강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협업 시스템은 클라우드와 위키 엔진 기반의 공개 게시판을 기본으로 한다. 재무와 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서는 게시판을 공개로 설정하여 모든 참가자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논의 과정과 자료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문서 공유를 넘어 ‘맥락’을 공유하는 문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환경은 AI 학습에 매우 유리하며, 파편화된 정보만 제공하는 조직과의 AI 지능 격차를 크게 벌린다.

따라서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1페이지 요약 방식에서 벗어나,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보고서는 반드시 서술체로 작성해야 한다. ‘음슴체’와 같은 간결한 표현은 엉성한 사고를 숨기기 쉬우며, AI 학습과 맥락 공유에 효과적이지 않다. 서술체는 AI를 학습시키고 맥락을 공유하는 데 백만 배 이상 낫다. 이는 잉크젯 프린터의 저렴한 초기 비용과 높은 잉크값처럼, 당장의 편리함보다 장기적인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는 총소유비용(TCO)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훨씬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쓸 자격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공유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