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 혜택, 나도 받을 수 있다!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2025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가 지난 9월 9일(화)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히 장애인 생산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시민들이 직접 생산 과정을 체험하고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함으로써 중증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인식을 ‘보호나 시혜의 대상’에서 ‘일상에서 당연히 소비되는 제품’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번 박람회를 통해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에 대한 정보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직업재활 체험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종이 쇼핑백 만들기, 꽃 만들기 등 장애인 생산품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제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섬세한 노동력이 필요한지 몸소 느끼며 생산 현장의 어려움과 보람을 공유했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박O광 씨(32세)는 “쇼핑백 손잡이를 꿰매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옆에서 선생님이 손을 잡아주며 도와주신 덕분에 마지막 매듭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제 손으로 끝까지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게 다가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한 “장애인 생산품을 특별히 사주는 물건으로 보기보다, 정직하게 만든 생활 속 제품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서구의 이O도 씨(27세) 역시 “제가 만든 쇼핑백이나 조화를 누군가 실제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이번 경험이 일자리로 이어져 더 많은 청년 장애인이 안정적인 일터에서 일상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가 제 삶과도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람회장 안쪽에서는 ‘래그랜느 쿠키’, ‘쌤물자리’ 등 다양한 중증장애인 생산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래그랜느 쿠키’ 부스에서는 HACCP 인증을 받은 위생적인 생산 과정을 안내하는 배너를 통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으며, ‘쌤물자리’ 부스에서는 누룽지, 국수, 곡물 가공품 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다. 특히 구립강서구직업재활센터가 선보인 제설제와 세정제는 ‘장애인 생산품=소품’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산업 현장에서도 쓰이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임을 증명했다. 이처럼 이번 박람회에서는 동정이 아닌 ‘맛, 품질,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생산품의 우수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우선구매 유공자 포상과 함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판로를 약속하는 협약식이 진행되었다. 특히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스마트 모바일 솔루션 협약식’과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장애인개발원, 전국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협의회의 협약식은 내일의 공급망을 열어가는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통로 곳곳에서는 공공 조달 담당자와 생산 시설 종사자가 납품 조건을 논의하는 활발한 대화가 오갔으며, 이는 안정적인 수요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박람회의 핵심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공공기관이 해당 생산 시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여, 경쟁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적용 대상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지방의료원 등이며, 생산시설·판매시설을 통한 직접구매, 수의계약 대행, 또는 간접구매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실질적인 기반이 된다.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제품들은 앞으로도 온라인몰, 직영점, 협동조합 매장, 지역 행사장에서 시민들과 계속 만날 것이다.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시민들의 재구매는 신뢰로 축적된다. 중요한 것은 첫 경험을 다음 소비로 연결하는 것이다. 행사장에서 마주한 손끝의 성실함, 무대 위의 약속, 통로에서 오간 대화는 ‘낯섦에서 일상으로’라는 주제를 구호가 아닌 현실로 바꾸어냈다. 쿠키 한 봉지, 누룽지 한 팩, 쇼핑백 하나가 누군가의 내일 출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진실, 그것이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