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해외 친구에게 한국을 알리고 커피로 통했다? 공공외교주간에서 만나는 세계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공공 외교관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제7회 공공외교주간’이 열리고 있어, 국민 누구나 문화와 예술을 통해 다른 나라와 신뢰와 호감을 쌓는 공공 외교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정부 간의 딱딱한 외교와 달리,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세계와 소통하고 이해를 넓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축제는 외교부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함께 주최하며,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 9월 8일부터 27일까지 KF 글로벌 센터, 각국 대사관, 서울광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워크숍, 포럼, 전시, 공연 등 여러 활동을 통해 한국의 공공 외교 현장과 문화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의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국제사회 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호감과 신뢰를 쌓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공공외교주간에서는 ‘콜롬비아 스페셜티 커피의 놀라운 세계’ 워크숍에 참여하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딸과 함께 참여했는데, 성인이 된 후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딸에게는 콜롬비아 사람에게 직접 커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지난 9월 22일, 참가자들은 KF 글로벌 센터 19층 세미나실로 이동했다. 테이블에는 콜롬비아의 상징인 전통 모자가 놓여 있었고, 참가자들은 모자를 써보거나 사진을 찍으며 흥미를 보였다.

이어서 알레한드로 주한 콜롬비아 대사가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과 콜롬비아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커피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3개의 산맥과 화산재로 비옥해진 토양 덕분에 연중 커피 재배가 가능하며, 1년 내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으로 직접 수확하고 100%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커피 맛을 낸다고 했다. 커피를 필터에 거를 때는 천으로 된 필터를 사용하며, ‘파넬라’라는 콜롬비아 전통 설탕과 함께 즐긴다고 소개했다. 커피가 가정집에서 시작해 전문 시설로 확산되기까지의 과정과,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수요가 증가했다는 역사도 흥미로웠다. 현재는 커피 재배 경관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해외에서 커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알레한드로 대사의 강연에 이어 커피 전문가 강병문 씨가 직접 콜롬비아 커피를 내리는 시연을 진행했다. 그는 커피 제조 과정에서 콜롬비아가 비가 많이 오는 나라이기 때문에 빠른 발효와 부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워시드’ 방식을 주로 택한다고 설명했다. 강연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두 종류의 콜롬비아 커피를 시음했다. 각자 어떤 커피가 더 고소하고 과일 향이 나는지, 어떤 맛이 자신의 취향에 더 맞는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같은 커피라도 사람마다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콜롬비아 커피 전문가는 콜롬비아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를 질문하며, 6·25 전쟁 당시 파병으로 한국을 도왔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과 콜롬비아는 무비자로 상호 체류가 가능해 업무상 방문이 편리하다고 덧붙이며 양국의 친밀감을 알렸다. 워크숍은 콜롬비아 모자를 쓰고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되었고, 참가자들은 더 이상 거리라는 개념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번 공공외교주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외교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민 참여형 공공 외교 사업을 확대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공공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거나 열릴 예정인 여러 국제 행사를 고려할 때, 민간 외교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공공 외교는 정부만의 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있어야 지속 가능하며, 국민의 바람과 의견이 담긴 외교는 강력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9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제7회 공공외교주간’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 외교의 의미를 되새기고, 스스로 공공 외교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란다. 필자는 9월 26일에 열리는 스페인 행사에 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