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한류의 미래, 우리 안의 차별 없애는 데 달렸다

한류의 성공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제는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 세븐틴, NCT는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했으며,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Top 200에서 7개 앨범 연속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 그룹의 멤버 중 두 명이 호주 국적이라는 점은 영어 소통과 군대 문제 등 향후 케이팝 그룹의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공은 케이팝 그룹들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중요한 레시피가 되고 있다.

한류의 영향력은 음악뿐 아니라 관광 산업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이다. 비록 일본, 중국, 프랑스와 같은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한국을 직접 거리에서 경험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주치는 과격한 혐오 시위는 한국의 이면에 대한 놀라움을 넘어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거리에서 자신들을 혐오하고 죄악시하는 목소리를 접하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한국 미디어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콘텐츠 내부에 포함된 인종주의적 감수성이나 표현들이 한류 애호자들에게 민감하게 반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팬덤 내부에서는 이미 새로운 남성성과 여성성,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케이팝 콘텐츠는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이 보여주지 못한 부드러운 남성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아이돌 문화는 젊은 세대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케이뷰티에서 나타나는 백인 중심의 미적 기준은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케이팝은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 속에서 성 정체성과 인종 문제가 교차하며 올바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류 연구자들은 한류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 역시 한류 콘텐츠와 한국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한국의 픽션물들은 압축 성장 경쟁 사회의 악을 비판적으로 다루며 인간성 상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선진국 시청자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등 어려운 역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이 극복의 모델이 된다. 이러한 새로운 가치에는 돌봄, 연대, 공동체의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도 위태로움이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안에 자리한 인종주의와 성차별이다. <오징어게임>에서 외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재현이나 <청년경찰>에서 나타나는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연결된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및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토론은 현실 속 미투 운동 및 퀴어 퍼레이드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명동에서 마주치는 혐오 시위는 미디어 문화로 한국을 접한 이들이 한국의 차별적인 현실을 극명하게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는 측면이 강하다.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으로서, 선한 영향력, 배려, 연대, 겸손,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가 중요하게 부각된다. 케이팝 그룹들이 팬들과 맺는 관계나 <케데헌> 주인공들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이러한 맥락과 상통한다. 한류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은 한류의 최대의 적이 된다.

만약 한류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시장 축소가 아닌 우리 내부의 차별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때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할 수 있다. 이러한 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십수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하며, 이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