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서울 굿즈 품절 사태 일으킨 매력의 비결은?

이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나도 세계적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한국 문화산업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이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샵 ‘뮷즈샵’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킨 까치 호랑이 배지 현상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다. 2025년 8월 3일, 여름 방학 시즌과 K콘텐츠의 인기라는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케데헌’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 문화산업에서 제작했다면 실현하기 어려웠을 ‘극강의 소통 능력’에 있다. 원본에 대한 집착 없이 글로벌 시장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아 탄생한 캐릭터들은 한국 문화산업이 어떻게 로컬의 내용을 글로벌로 소통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본과도 같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은 이러한 소통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소니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기술이 적극 활용되어 귀마 사냥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생생하게 재현되었으며,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텍스트 전략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케이팝이 가진 강력한 힘이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양식은 비서구 문화가 가진 ‘몸’에 대한 장벽을 허물었다. 케이팝이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한계를 넘어 팬덤을 넘어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 애니메이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림으로 표현된 헌터스와 사자보이즈 캐릭터들은 인종주의적 복잡함에서 벗어나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기 쉬우며, 코스프레 역시 용이하다. 이는 현재 플레이브, 이세계 아이돌과 같은 가상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 투어를 성공시킬 정도로 발전한 케이팝 문화 속 캐릭터 문화와 맞닿아 있다. ‘케데헌’을 통해 헌터스와 사자보이즈는 세계관을 갖춘 채 글로벌 케이팝 무대에 데뷔한 것이나 다름없다.

케이팝 문화에서 ‘세계관’, 즉 그룹의 서사는 매우 중요한 변별점이다. 서사는 비슷한 다른 케이팝 그룹들과의 차별성을 만들고, 팬들이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해독해야 할 텍스트’를 풍부하게 제공하여 적극적인 팬 활동을 유도한다. 현재 글로벌 문화 환경에서 가치 지향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케데헌’은 인간적인 면모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세계관을 가진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선보이며, 디즈니의 ‘자아발견 공주 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개인 성장 모험 스토리’, DC와 마블 유니버스의 ‘우주 대전쟁’과 차별화되는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제공한다.

‘케데헌’의 서사는 수많은 프리퀄과 시퀄로 확장될 수 있는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동시대적인 스토리 라인을 통해 헌터스들이 세계 투어 중 로컬 귀마들과 싸우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로컬 버전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러한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에 더해,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북미 한인 2세 제작자들이 독특한 한국 문화 경험과 애정을 담아낸 ‘케데헌’은 글로벌 시장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중재’의 성공 사례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은 세계사를 한국인의 경험으로 포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한류를 넘어 한국의 미래가 한인 디아스포라와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케데헌’은 한류가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