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우리나라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령자의 주거 환경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에이지테크(Age-Tech)’는 단순히 기술을 넘어,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어르신은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가장 큰 변화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려 87.2%의 노인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거주하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며, 건강 악화 시에도 재가 서비스를 통해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길 바란다. 이러한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에 대한 열망을 에이지테크가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기술 등이 활용되어 고령자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다. 예를 들어,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장치, AI 돌봄 로봇 등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일부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독거노인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가, 어떻게, 어떤 혜택을 받게 되나?**
이러한 에이지테크 기반의 지원은 특히 기존 주거복지 시스템에서 소외되었던 중산층 및 다양한 건강 상태의 고령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중산층 고령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부처별로 분절되어 있어 고령자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 대응이 어렵다.
미국과 같은 해외에서는 이미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를 지정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친화 주거단지 조성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단지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고령자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참여 플랫폼, 원격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학습, 건강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퇴직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를 연계한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의 효과로 고령자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비 절감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실질적인 혜택을 얻기 위한 노력은?**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실제 주거와 생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Living Lab)’ 방식의 확대가 필요하다.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고령자,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실증 사업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성과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될 때 에이지테크의 활용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의 생활 환경 조성, 보건복지부의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될 때 비로소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에이지테크는 기술 자체보다는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원 고영호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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