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5일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로 새로운 질서 헤쳐나갈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 100일이 지나면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실용 외교를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중·러 삼각 협력 강화, 국제 무역 질서의 급변 등 과거와는 다른 외교·안보 환경에 직면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무난히 데뷔하고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 외교의 기반을 다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재명 정부는 ‘원칙을 가진 유연한 실용 외교’를 통해 현안을 풀어나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속 가능한 동맹 발전을 위해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 환경 개선과 비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점을 고려하여,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대미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서도 실용 외교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급변하는 무역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외교적 대안으로서 소지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 문제 인식의 차이와 안보 분야의 변수, 일본 총리 교체 등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국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일본 측에 인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경주 APEC은 지속 가능한 한미 관계의 기반을 다지고, 한중 관계 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베트남, 칠레 등 동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외교 다변화를 추진하여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나갈 전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남방 삼각과 북방 삼각의 진영 대립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천천히 일관되게’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력이 발전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냉전 시대와 같은 이념보다는 ‘이익’이 작용하는 현재의 북방 삼각 관계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북한이 북방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방의 수요를 느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접경 지역의 평화 회복을 위한 선제 조치와 ‘9·19 군사 합의’ 복원을 위한 단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무장지대 방벽 건설 및 대남 비난 지속 등 여전히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지만, 긴장이 높았던 시기에 쌓인 불신을 고려할 때 신뢰 형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 APEC이 한반도 평화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현재 진행되는 국제 질서의 변화는 단순한 국면 변화가 아닌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오스트리아의 통일 사례와 네덜란드의 경제 위기 극복 사례에서 보듯, ‘국내적 통합’은 대외 위기 극복의 핵심 동력이다. 한국과 같이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중간 지대에서는 내부 분열이 국제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기 극복을 위한 국내 통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직면한 국면의 복잡성을 국민과 공유하고, 위기의식을 함께 느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서만이라도 국회에서 협치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100일은 성공적이었지만, 더 험난한 산을 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 부처의 지속적인 혁신, 민관협력의 제도화, 그리고 국민적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