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로 ‘6000년 예술’ 당신도 만날 수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6000년 전 선사 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예술과 상상력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기회가 열렸다. 이제 이 거대한 바위 위에 새겨진 인류의 역사가 우리 곁으로 더 다가온다.

**당신도 6000년 전 예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반구천 암각화’의 탁월한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 암각화를 “선사 시대부터 6000여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평가하며,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를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극찬했다.

반구천 암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1970년 12월 24일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청동기 시대 유적으로, 높이 약 2.7ｍ, 너비 10ｍ 바위 면에 620여 점의 도형, 글, 그림이 새겨져 있다. 특히 마름모, 원형 등 추상적인 문양과 후대인 신라 시대에 새겨진 명문(銘文)이 특징이다. 바로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에는 인근 대곡리에서 ‘대곡리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이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 유적으로, 고래,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사냥 장면이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다. 새끼 고래를 이끄는 무리, 작살에 맞아 배로 끌려가는 고래의 모습, 풍요를 빌던 제의(祭儀)의 흔적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특별한 ‘크리스마스의 기적’,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이 놀라운 유적은 ‘크리스마스의 기적’ 혹은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불릴 만큼 발견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 문명대 교수는 1970년 12월 24일 천전리 암각화를 처음 발견하고, 1년 뒤인 1971년 12월 25일 대곡리 암각화를 발견하며 그 감격을 생생하게 회고했다.

반구천 암각화는 6000년 전 동해 연안 거주민들이 집단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그 기록을 바위에 새긴 ‘하늘로 띄운 기도’이자 ‘생활 연대기’로 평가받는다. 고래 옆에 새겨진 호랑이, 사슴, 그리고 여전히 해석되지 않은 기하문들은 인류 예술의 기원이자, 오늘날 다큐멘터리의 스토리보드와도 같은 깊은 의미를 지닌다.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미래와 공유하는 방법**

반구천 암각화는 그동안 수몰 위협과 싸워왔다. 댐 건설로 인한 수위 변화와 박락, 어설픈 탁본으로 인한 원본 손실 위협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잦은 가뭄 덕분에 암각화가 모습을 드러내며 보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계기로 울산시는 ‘고래의 도시’로서 암각화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체험형 테마공원, 탐방로, 교육 프로그램, 워케이션 공간까지 갖춘 생동하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AI 기반의 스마트 유산 관리 시스템과 암각화 세계센터 건립 등 미래형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이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들 유적은 관광객 증가로 인한 훼손 문제 때문에 현재는 진본 동굴을 폐쇄하고 복제품이나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복제본을 통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의 공개와 보존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원본의 ‘아우라’를 살리면서도 후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다.

반구천 암각화 역시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3D 스캔, 디지털 프린트, AI 제어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암각화의 장엄한 서사를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반구천 암각화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의 언어’다.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반구천 암각화는 이제 인류와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