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경험하는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 나도 즐길 수 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한류 현상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놀라운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케데헌’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으며, 이러한 흥행은 한국 콘텐츠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케데헌’의 성공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한국 문화산업이 단독으로 제작했다면 구현하기 어려웠을 독창적인 캐릭터 활용과 글로벌 소통 능력에서 그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넘어뜨린 화분을 일으키는 데 정신이 팔려 자신의 임무를 잊어버리는 캐릭터 ‘호랑이 더피’의 모습은 원작에 대한 집착 없이 극한의 소통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탁월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는 마치 로컬 문화가 어떻게 글로벌 문화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케데헌’의 인기는 실제 굿즈 판매에서도 두드러진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에서는 ‘케데헌’과 관련된 까치 호랑이 배지가 품절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케데헌’을 포함한 K콘텐츠의 흥행과 여름방학 시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케데헌’은 단순한 K팝 애니메이션을 넘어, 글로벌 문화가 로컬 문화를 전용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한국이 직접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북미의 한인 2세 원작자와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한국 문화의 오랜 무당 서사와 케이팝이라는 대중문화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애플 TV의 ‘파친코’와 유사한 맥락을 가진다. ‘파친코’가 실사 드라마로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을 배경으로 했다면, ‘케데헌’은 한국 문화의 고유한 서사와 상징적인 서울의 장소들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 특히 ‘케데헌’이 그려낸 서울의 모습은 실제 세트에서 촬영된 실사 드라마와 달리, 노스텔지어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서울로 이끄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케데헌’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선택은 그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니는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하여 역동적인 캐릭터 움직임을 구현했으며, 제작진은 적극적인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텍스트 전략과 디테일한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케이팝의 강력한 힘을 효과적으로 결합했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은 비서구인의 몸이라는 탈식민적 세계화의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K팝이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장벽에 막혀 팬덤의 영역에 머물렀던 측면이 있다면,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장벽을 허물거나 최소화했다.

그 결과, ‘케데헌’의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와 같은 캐릭터들은 인종주의적 복잡함 없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코스프레하기에도 용이해졌다. 이는 현재 ‘플레이브’나 ‘이세계 아이돌’과 같은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 해외 투어를 할 만큼 발전한 케이팝 문화 속 캐릭터 문화의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케데헌’은 이 캐릭터들에게 탄탄한 세계관을 부여하며 전 세계 케이팝 무대에 데뷔시킨 것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케이팝 문화에서 세계관, 즉 그룹의 서사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그룹들에게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여하고, 팬들이 깊이 몰입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는 동력이 된다. 현재 글로벌 문화 환경에서 가치 지향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케데헌’의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세계관 속 걸그룹과 보이그룹 캐릭터들은 디즈니의 공주 이야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장 스토리에 이어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며 이국적이고 흥미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케데헌’의 서사는 수많은 프리퀄과 시퀄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헌터스들의 세계 투어와 로컬 귀마들과의 싸움이라는 스토리 라인을 통해 무궁무진한 로컬 버전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케데헌’이 가진 개방된 구조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북미 한인 2세 제작자들의 독특한 한국 문화 경험과 애정이 녹아든 ‘케데헌’은 글로벌 문화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중재(mediation)’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은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만들어냈고, 이는 한류를 넘어 한국의 미래가 한인 디아스포라와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촉발한다. ‘케데헌’은 이처럼 한류가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