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정책은 ‘생태계’를 봐야 산다! ‘나’에게 돌아올 혜택, 이렇게 챙기자

우리 주변의 많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생태계’를 제대로 살피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태계란 단순히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얽히고설키며 살아가는 복잡한 관계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만들어진 정책은 결국 ‘가짜 정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 텅 빈 혁신도시를 만들거나, 사람 발길 끊긴 원도심을 방치하는 것은 생태계를 무시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정책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 시민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속한 생태계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종 다양성’입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생태계 전체가 튼튼해집니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태계를 지탱하는 것이죠. 단일 품종의 감자에만 의존했던 아일랜드에서 감자역병으로 100만 명이 굶어 죽었던 1845년부터 1852년까지의 대기근은 종 다양성이 깨졌을 때 닥치는 재앙을 똑똑히 보여줍니다.

둘째는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입니다. 태양 에너지가 식물을 거쳐 동물과 미생물로 이어지는 것처럼, 모든 것이 끊임없이 순환해야 생태계는 유지됩니다. 쓰러진 나무가 곰팡이와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순환 구조가 깨지면 생태계는 무너집니다.

셋째는 ‘개방성과 연결성’입니다. 닫힌 생태계는 유전적 고립으로 인해 취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외부와의 교류, 즉 유전자(종)의 이동은 생태계의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근친교배 우울증’이나 ‘합스부르크 증후군’은 폐쇄적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생태계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을 살리겠다며 텅 빈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짓지만, 정작 배우자가 일할 자리가 없어 젊은 부부가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지방 도시를 살리겠다고 신도심을 마구 개발하면, 원도심은 유령도시처럼 텅 비게 됩니다. 또한, 창원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50km도 안 되는 곳에서도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하여 ‘마음의 거리’가 500km나 된다고 합니다.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통근 전철’은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는데, 이는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뒤처지는 이유가 바로 생태계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 산업은 팹리스, 디자인스튜디오, IP 기업, 파운드리, 패키징 및 후공정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삼성전자는 IP 파트너 수나 패키징 기술 등 여러 단계에서 TSMC에 크게 뒤처져 있습니다.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이 이미 생태계 싸움으로 바뀌었음을 알아채지 못한 결과입니다.

만약 과거 빌 클린턴이 지금 이 상황을 본다면,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외쳤을 것입니다. 즉, 세상사의 대부분이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가며, 생태계를 살피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시민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고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IT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