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천의 오래된 쓰레기 소각장이 근사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고, 가난과 허기를 달래던 뼈다귀해장국이 우리의 일상 속 특별한 별식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래 견디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를 만나보자.
먼저,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부천아트벙커B39는 이제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약 33년 전인 1992년,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함께 삼정동에 세워진 이 쓰레기 소각장은 하루 200톤에 달하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했다. 하지만 1997년, 환경부 조사 결과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큰 문제가 되었다.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노력 끝에 2010년 폐기물 소각 기능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면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 폐건물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에서는 쓰레기를 태우던 거대한 소각로가 ‘에어갤러리(AIR GALLERY)’라는 이름으로 하늘과 햇살을 가득 담는 전시 공간으로 변모했다. 쓰레기 저장고였던 ‘벙커’는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지하 깊숙한 곳에서 39m 높이까지 솟아오른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상자 형태로 남아있다. 과거 쓰레기 수거 트럭이 쓰레기를 쏟아내던 공간은 이제 멀티미디어홀(MMH)로 이용되고 있으며, 소각동의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등 기존 설비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특히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을 통해 다이옥신 파동부터 주민 운동, 그리고 이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화하기까지의 눈물겨운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건물 밖에는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벽화가 소각장을 상징하는 굴뚝 모양의 나무가 숲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다시 한번 모든 것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53(삼정동)에 위치하며,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주차는 무료로 가능하다. 자세한 문의는 032-321-3901로 하면 된다.
다음으로,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인 뼈다귀해장국은 이제 특별한 날 찾는 별식이 되었다. 특히 1988년부터 부천시 원미동에서 시작된 한 파란 지붕 가게의 뼈다귀해장국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깍두기, 양파, 청양고추로 구성된 단출한 반찬이 나오지만, 깍두기는 시원하고 달큼하여 텁텁한 등뼈 살점과 매콤한 국물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문한 지 10분이면 팔팔 끓는 뚝배기에 담긴 뼈다귀해장국이 나온다. 두툼한 뼈다귀 세 점과 푹 익힌 우거지, 그리고 밥 한 공기는 그 어떤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은 깊은 맛을 자랑한다.
이곳의 뼈다귀해장국은 국물이 맑고 깨끗하며, 입술에 달라붙는 기름진 맛보다는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두툼한 뼈다귀 살점을 발라 국물에 적셔 먹으면 그 맛은 더욱 풍부해진다.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깻잎과 들깨 향이 어우러진 이 맛있는 유희에 기꺼이 동참하며 K-푸드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 뼈다귀해장국은 개발도상국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라는 것을 알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윤희 방송작가는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 ‘한식연대기’,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등 우리 식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필한 로컬문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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