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부활 신호탄 쐈다…이재용 비전 현실화되나

이제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이재용 회장의 종합 반도체 기업(IDM) 세계 1위 비전이 구체적인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적자가 대폭 축소되고,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 12조1천억 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58.55%, 전년 동기 대비 31.81% 증가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 중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약 6조8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4년 3분기 3조8600억 원, 올해 2분기 4천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지만,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적자 축소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 LSI 사업부를 합한 영업적자는 올해 2분기 약 2조~3조 원에서 3분기 약 1조 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의 반격은 고객 포트폴리오 재편에서 두드러진다. 2025년 7월,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22조7천억 원 규모의 장기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2033년까지 자율주행용 ‘AI6’ 칩을 생산하게 되었다. 이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TSMC와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AI5 칩을 제조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또한, 올해 8월에는 애플이 미국 오스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에서는 이것이 차세대 이미지 센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더불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수율이 50%를 넘어서면서 내년 초 양산 시점에는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3나노 공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스템 LSI 사업부 역시 이미지 센서(ISOCELL)와 모바일 AP(엑시노스)에서 동시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 LSI 사업부의 이미지 센서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5.4%로 소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애플의 이미지 센서 생산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만 미디어텍이 차세대 AP ‘디멘시티 9600’ 생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활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TSMC의 2나노 공정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 웨이퍼 생산 가격은 TSMC보다 약 33%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들은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밝힌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와 설계 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의 비전이 이제 막 구체적인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