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공 서비스가 더 편리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 공공 웹사이트를 이용하면서 겪는 답답함이나 불편함이 ‘로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만으로도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로그’라는 말은 본래 배의 속도를 측정하던 장치에서 유래했습니다. 밧줄에 나뭇조각을 매달고 배 뒤편으로 흘려보내면서 단위 시간당 풀려나가는 매듭의 개수로 속도를 잰 것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 항해일지가 발전해 오늘날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로그 시스템’으로 사용됩니다. 로그 시스템은 컴퓨터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즉 사용자의 로그인, 파일 삭제, 시스템 오류 발생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스템 로그는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애플리케이션 로그는 특정 프로그램의 이벤트를, 보안 로그는 로그인 실패나 권한 변경과 같은 보안 관련 사건을 기록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웹사이트에 로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요? 우선, 어떤 메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지를 즉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주 쓰는 메뉴가 홈페이지 하단에 있다면, 이를 상단으로 옮겨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메뉴를 클릭했을 때 로딩 시간이 8초나 걸린다면 즉시 문제를 파악하고 고쳐야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3초 이상 걸리는 웹사이트는 40%의 사용자가 이탈하며, 5초 이상 걸리면 사실상 ‘죽은 사이트’로 간주됩니다.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공공 서비스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런 로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메뉴 배치가 효율적인지, 사용자들이 무엇을 주로 이용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도 감지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어떤 단계에서 불편을 느끼고 이탈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공공 서비스 이용 시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합니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꾸준히 쌓여야 하고, 기계가 읽을 수 있으며, 통합 가능한 형태여야 합니다. 만약 공공 서비스에 로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된다면, 공무원들은 AI 비서를 통해 낮에 작성한 문서를 바탕으로 밤새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등 혁신적인 업무 효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유사 사례를 찾아 제안하거나, 다른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해줄 수도 있습니다. 회의록만 올려도 AI가 해야 할 일, 담당자, 중간보고일, 관련 문서 등을 정리해 캘린더에 자동으로 표시해주고, 관련 문서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까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을 하면 저절로 데이터가 쌓이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모든 업무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할수록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축적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AI 전환은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클라우드 사용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무엇보다 더 스마트하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로그 시스템이 없는 웹페이지를 아무리 오래 운영해도 서비스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IT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IT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으며,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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