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

“내 삶이 나아진다!” 우리 동네, 내 일자리가 변화하는 ‘생태계’ 비결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면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지방 도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적인 정책은 주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생태계’를 살피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 주변의 ‘생태계’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꾸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생태계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중요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종 다양성’입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얽히고설켜 전체를 지탱하는 것입니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연결되고,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썩은 것을 분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은 단 하나의 감자 품종에만 의존하던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100만 명이 굶어 죽은 비극적인 사례로, 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둘째,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입니다. 태양 에너지가 식물을 거쳐 동물과 미생물로 이어지는 것처럼,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가 생태계의 생명력입니다. 쓰러진 나무가 곰팡이와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토양으로 돌아가는 과정처럼, 모든 것이 순환할 때 생태계는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마지막으로 ‘개방성과 연결성’입니다. 닫힌 생태계는 유전적 고립으로 인해 외부 환경에 취약해집니다. 외부와의 교류, 즉 새로운 유전자(종)의 유입은 생태계의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마치 폐쇄된 가문에서만 짝짓기가 반복될 때 발생하는 ‘근친교배 우울증’처럼, 고립은 결국 약해짐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지금 많은 지방 도시들은 이러한 생태계의 원리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습니다.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든다고 해도, 배우자가 일할 곳이 없다면 젊은 부부들은 내려가지 못합니다. 이는 ‘못 가는’ 것이지 ‘안 가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인구가 늘지 않는 신도시에 아파트만 마구 지으면 원도심은 텅 비어 유령 도시가 되기 십상입니다. 많은 지방 도시들이 ‘원도심 공동화’라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이유입니다.

창원에서 부산까지는 직선거리 50km도 채 되지 않지만, 지역 청년들은 마음의 거리가 500km라고 말합니다.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조차 불가능한 현실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간절히 바라는 ‘통근 전철’은 늘 타당성 검토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생태계의 원리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압도적인 1위였던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단순히 칩을 만드는 것을 넘어, 칩 설계부터 IP 기업, 패키징 및 후공정까지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 싸움입니다. 삼성전자는 10배 작은 IP 파트너 수나 10년 뒤처진 패키징 기술 등 TSMC의 생태계에 턱없이 밀리고 있습니다. 반도체 경쟁이 이미 ‘생태계 전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될 일이 아니며, 생태계 전체를 번성시켰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세상일 대부분이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갑니다. 생태계를 살피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은 해가 지면 귀신이 나올까 두려운 원도심이나, 텅 빈 혁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만약 빌 클린턴에게 지금의 상황을 묻는다면, 그는 분명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생태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