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70대, 80대도 이제 집에서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에이지테크로 노후생활 혁신

이제 어르신들은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기술 발전으로 가능한 ‘에이지테크’가 바로 그 해답이다.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어르신들의 주거 환경을 혁신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87.2%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한다. 심지어 건강이 나빠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익숙한 공간에서 삶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는 것’이 어르신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주거 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이나 시설 중심으로 되어 있어 중산층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어르신들에게는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다. 또한, 노인 복지 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밖에 수용하지 못하고,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어르신들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어렵다. 특히, 중소득 또는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기술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적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다. 예를 들어, 낙상 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 인식 조명, 자동 온도 조절 기능, AI 돌봄 로봇 등은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국내 한 통신사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대학과 연계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 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기반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자연 은퇴 노인 주거 공동체'(NORC) 모델을 통해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을 결합하여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퇴직자 협회(AARP)는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주거 복지 강화가 어르신들의 자립성과 존엄성을 높이고, 돌봄 인력의 부담을 줄이며,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며, 맞춤형 건강 관리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실제 생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실제 거주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의 실증 사업과 ‘리빙랩(Living Lab)’의 확대이다. 리빙랩은 어르신과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여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의 요구에 맞는 개선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 출연 연구기관, 복지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과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지원은 단순히 집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 복지, 의료, 주거, 교통, 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한 서비스 연계도 지역사회 내에 통합된 서비스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이고 포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에이지테크에 기반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 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택, 복지, 교통, 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종합 계획 수립, 복합 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요구되고 있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고령자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정책의 핵심이다.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들의 실제 생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과 같은 현장 기반의 실증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