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갯벌, 불편한 땅에서 지구를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다

서해안의 갯벌은 더 이상 낚시에 방해만 되는 존재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 강력한 탄소 저장고이자, 철새의 생명을 지켜주는 귀한 생명의 뷔페였다. 해양경찰청이 선보인 온라인 해양환경 교육 플랫폼 ‘하이 블루카본’을 통해 갯벌의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하이 블루카본’은 해양경찰청이 포스코이앤씨, 한국전력공사, 월드비전, 인천시, 광양시, 부안군 등 다양한 기관과 지자체와 협력하여 9월 2일 공개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숲보다 50배 빠르게 탄소를 흡수하는 갯벌의 놀라운 힘과 그 중요성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디지털로 만나는 블루카본의 세계는 흥미롭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집에서도 고래가 나타나는 증강현실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AI 캐릭터 ‘탐험대장 노을이’와 ‘꼬마 해홍이’가 음성과 텍스트로 염생식물과 블루카본의 개념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학습할 수 있다. 갯벌이 수백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갯벌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무엇보다 갯벌이 ‘철새의 먹이터’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낚시꾼들에게는 불편한 장소로만 여겨졌던 갯벌이 알고 보니 생물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고 기후 위기를 막아주는 귀한 보고였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의 위상은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퉁퉁마디, 해홍나물 같은 염생식물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갯벌 생태계를 꿋꿋이 지탱하는 모습은 ‘숨은 영웅’이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다.

‘하이 블루카본’의 ‘배움자료 살펴보기’ 메뉴에서는 염생식물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은 세밀화 엽서를 내려받을 수 있다. 마치 수채화처럼 그려진 엽서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교사용 교안과 영상 자료도 제공되어, 교사들이 수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플랫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환경 서약’이다. ‘나도 해양환경 보전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적어 남기는 작은 실천은 큰 의미를 갖는다. 비록 온라인 체험 신청은 아직 열리지 않아 직접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앞으로의 기회를 기대하게 한다.

‘하이 블루카본’은 단순한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넘어 민·관 협력의 성공적인 결실을 보여준다. 해양경찰청은 인천시, 광양시, 부안군 등 지자체와 협력하고, 포스코이앤씨, 한국전력공사, 월드비전 등 민간 기업·단체와 함께 염생식물 파종 및 군락지 조성 같은 현장 복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해안 일대 약 2만 평 부지에 칠면초,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 100kg을 파종하는 블루카본 보호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은 탄소 흡수원 확대와 해양 생태계 복원을 동시에 추구하며, ‘탄소중립’과 ‘기후 안정’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시작하는 해양환경 보전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이 블루카본’이 제공하는 국민 참여 서약, 교육 자료, 체험 프로그램 등은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양환경 정책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이 블루카본’은 국민들이 디지털 공간에서부터 해양환경 보전에 동참할 수 있는 첫걸음을 열어주는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