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초고령사회, 에이지테크로 어르신 삶의 질 높인다

이제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더욱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에이지테크’가 중요한 생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7%가 고령자가 될 전망인 가운데, 1차·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에 따라 어르신들의 주거 환경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르신,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 ‘지역사회 지속거주’의 가치**

2023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우리나라 노인의 87.2%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익숙한 공간에서의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에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현실의 한계: 분절된 복지 시스템, 사각지대에 놓인 중산층·허약 고령자**

하지만 현실은 어르신들의 바람과 다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시스템은 저소득층과 시설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중산층이나 다양한 건강 상태를 가진 어르신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은 전체 고령 인구의 0.22%만 수용 가능하며, 주택, 돌봄, 의료, 복지 서비스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제공되면서 어르신들의 실제 필요에 따른 통합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득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허약 고령자는 기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새로운 희망, ‘에이지테크’란 무엇인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에이지테크(Age-Tech)’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이지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고령자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술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어르신들의 안전, 건강, 사회 참여, 이동, 정서 지원 등 일상생활 전반을 지원합니다.

**에이지테크, 무엇을 할 수 있나?**

구체적으로 에이지테크는 낙상감지 센서,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음성인식 조명, 자동 온도조절, AI 돌봄 로봇 등을 통해 어르신들이 익숙한 집에서 더욱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국내 한 통신사업체는 통신 빅데이터와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어르신의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와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

미국의 경우, 기존 지역사회 내 저소득 고령자 비율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등을 ‘자연은퇴노인 주거공동체'(NORC)로 지정하고, 커뮤니티 기반의 복지·의료·생활 서비스를 결합하는 고령친화 주거단지 조성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센서 기반 스마트홈, 원격 건강 모니터링, AI 안부 확인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를 결합하여 어르신의 안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학과 연계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온라인 평생교육, 사회 참여 플랫폼, 원격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에이지테크를 적용하여 어르신들의 사회적 연결과 평생 학습, 건강 관리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에이지테크 발전의 핵심: 실증과 통합 지원 체계 구축**

미국 은퇴자협회(AARP)는 에이지테크를 연계한 고령친화 주거복지 강화의 효과로 어르신의 자립성과 존엄성 강화, 돌봄 인력 부담 완화, 사회적 연결 및 고독사 예방, 맞춤형 건강관리 및 의료비 절감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에이지테크가 진정한 사회적 가치와 확산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르신의 실제 주거와 생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공간 단위의 실증과 리빙랩(Living Lab)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실제 주거 공간, 아파트 단지, 마을 등 다양한 공간 단위에서 어르신, 가족, 돌봄 인력 등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기술의 사용성, 수용성, 효과성을 검증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개선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러한 실증 사업은 대학, 기업, 지자체, 정부출연연구기관, 복지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 및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며, 우수 성과는 공공 조달 등 혁신적인 확산 경로와 연계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어르신의 일상생활 지원은 개별 주택이나 시설 중심의 접근을 넘어, 보건·복지·의료·주거·교통·여가 등 다양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합니다. 에이지테크를 활용하여 이러한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연계될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법·제도적 기반 위에 지자체 주도의 실행력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된 단계적·포용적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범부처 협력과 민관 얼라이언스를 통한 미래 준비**

에이지테크에 기반하는 어르신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 환경 조성은 기술 개발(산업통상자원부), 생활 환경 조성(국토교통부), 의료·돌봄 서비스 지원(보건복지부) 등 부처별·개별적인 추진의 한계를 넘어, 주택·복지·교통·의료 등 관련 정책과 사업이 공간 단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통합될 때 가능합니다. 이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복합사업 추진, 법제도 연계 강화 등 거버넌스 혁신 또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결국 에이지테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어르신의 자립과 존엄을 실현하는 건축도시공간 기반의 ‘생활 인프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어르신이 익숙한 집과 지역에서 안전하게, 주체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정책의 핵심입니다.

5월 26일(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주관한 ‘에이지테크(Age-Tech) 민관 얼라이언스 착수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이는 에이지테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반드시 어르신의 실제 생활공간, 즉 공간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리빙랩 등 현장 기반의 실증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지원체계와 연계해야 합니다.

어르신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연계와 공간 단위 지원을 통해, 에이지테크가 어르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독립과 존엄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혁신은 단일 부처나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범부처·민관 협력과 사회 전체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이러한 에이지테크 기반의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 연구 전문가로서, 어르신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