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2026년 건강보험료 1.48% 인상, 나도 더 낸다고?

내년부터 건강보험료가 1.48% 오르게 된다. 준비금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보험료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진료비 증가 속도와 심화되는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지금의 보험료 수준으로는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우리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까지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렇다면 왜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진료비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평균 1.8%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치다. 세계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가장 많은 미국조차 2022년 의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4.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진료비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특히 2022년에는 전체 진료비의 42.1%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에서 발생했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심화되면 자연스럽게 진료비 지출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국민들이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줄이는 산정특례 확대, 본인부담 상한제 개선,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졸겐스마와 같은 초고가 신약도 급여 목록에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에도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과 더불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연 3조 3000억 원), 포괄2차병원 지원(연 7000억 원), 필수 특화분야 지원(연 1000억 원 내외)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어린이병원과 같이 수요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곳에 대한 100% 적자 보전과 같은 새로운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지출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살펴보면, 2024년 지출 예상액은 97조 3626억 원이며, 현재 보유 중인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되며, 2033년이면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다시 발생한다면, 건강보험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준비금이 모두 사라진 후에 보험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그 폭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현재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의 자녀들에게까지 큰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물론 재정 예측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추세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거시적인 요인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다. 단순히 준비금이 많다고 해서 미래 수입 증가를 확신할 수 없다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구조개혁 정책으로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고령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인구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입 증대가 불가피하다. 지금 당장의 보험료 동결은 미래 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현실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